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기원상의 팩트체크] 또 확산되기 시작하는 '변종 엠폭스'...성병이라 백신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높은 치명률과 감염력을 가진 아프리카발 변종 엠폭스(MPOX)가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도 발견됐다. 지난달 말 영국에서 첫 감염자가 나온 지 2주 만이다. 이번 미국 감염자는 최근 동부 아프리카를 방문했다가 새롭게 등장한 하위계통 1b형(Clade 1b)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9월부터 확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1b형은 현재 독일, 인도, 스웨덴, 태국, 영국에 이어 미국까지 감염자가 나온 상태다. 1b형은 2b형보다 전파력이 빠르고 치명률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바 있다.

지난 8일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6일 기준 최근 1주일간 아프리카에서 올해 보고된 엠폭스 의심사례는 2532건이 추가된 총 5만84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확진 사례는 1만741건이며, 사망자는 1083명으로 나타났다.

감염자가 점차 확산되자 '엠폭스는 성병이다' '엠폭스는 백신이 없다' 등 온갖 괴담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피부에 발진이...엠폭스 도대체 무엇?

엠폭스는 원숭이두창바이러스(Monkeypox virus)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발진성 감염병으로, 1958년 실험실 사육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인체감염 첫 사례가 보고됐으며, 2022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전까지는 중앙아프리카 및 서부아프리카의 농촌 열대우림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풍토병이었다.

2022년 유럽, 북미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감염이 급증했고, 2023년 감소했다가 올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2b형이 유행했으나 올해는 전파력은 물론 치명률이 더 높은 1b형에 감염된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엠폭스에 감염되면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나며, 1~3일 후 얼굴, 손바닥, 발바닥 등 피부에 발진이 생기기 시작한다. 대부분 2~4주 후면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만약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해1- 원숭이와 연관된 전염병이다?

원숭이 두창이라는 명칭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엠폭스 숙주는 원숭이'라는 오해가 퍼져 있다. 하지만 엠폭스는 원숭이와는 관련이 없다. 이름이 1958년 덴마크 코펜하겐 국립혈청연구소(Statens Serum Institute)의 실험실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사실에서 유래했을 뿐 원숭이가 주요 숙주인 것은 아니다.

엠폭스는 사실 사람, 동물 가리지 않고 전염이 가능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분류된다. 원숭이 외에도 쥐, 다람쥐, 설치류 등 다양한 동물은 물론 오염된 물질에 접촉할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이러한 명칭 오해로 인해 브라질 일부 지역에서는 원숭이 불법 밀렵이 이뤄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 WHO는 2022년 11월 명칭을 '원숭이 두창'에서 '엠폭스'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나이지리아 일로린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진은 "이름과 관련된 정보로 엠폭스를 원숭이가 전파한다는 잘못된 믿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역학 조사에 따르면 원숭이는 엠폭스의 핵심 전파 원인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감염자 간 접촉에 따른 전파가 훨씬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해2-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퍼지는 성병이다?

WHO에 따르면 엠폭스 감염 경로가 확인된 1만8000건 중 82.1%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엠폭스 확진자 중 성적 지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3만명 중 84.1%가 남성 동성애자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로 '엠폭스는 남성 동성애자에게만 퍼진다'거나 '엠폭스는 성병이다'라는 오해가 확산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엠폭스는 성병과는 다르며,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만 퍼지는 전염병도 아니다.

성적 접촉을 포함한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성병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성 접촉은 전파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현재 엠폭스는 감염자와 밀접한 접촉, 체액, 비말, 콧물 등으로도 전파된다. 또한 바이러스가 묻은 물건이나 침구류 등을 통해서도 옮을 수 있어 전문가들은 엠폭스를 성매개 감염병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또한 엠폭스 확진자 중 남성 동성애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동성애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염병이라 할 수 있다.
오해3- 엠폭스는 전용 백신이 없다?

엠폭스 전용 백신은 이미 개발돼 주요 발생국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8일 아프리카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등 9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총 89만9000회분의 백신이 공급됐다.

국내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엠폭스 예방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엠폭스 발생 지역에 거주하거나 해당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의료진, 진단 검사 실험실 요원 등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18세 이상 성인은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엠폭스 백신은 예방뿐 아니라 감염 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어 고위험군이라면 맞는 것을 권한다.

또한 천연두 백신이 엠폭스에 대해서도 80% 예방 효과를 보인다고 확인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천연두 백신을 엠폭스 예방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상태다.
아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에서 유행 중인 엠폭스에 전 세계가 연대해 대응하지 않으면 많은 국가들이 위험에 빠지고 유행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때 아프리카 풍토병이었던 엠폭스가 전 세계를 위협하는 감염병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엠폭스 백신 등이 부유한 국가로 쏠리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엠폭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 또는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므로 이러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방책이다. 또한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 비누와 물로 손을 깨끗하게 씻고, 손 씻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알코올 성분이 포함된 손 소독제를 사용해 손을 세정하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 방법이다.
아주경제=전기연 기자 kiyeoun01@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