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7일 진실화해위 조사개시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광동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옥남 상임위원, 오른쪽은 이상훈 상임위원.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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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의 임기가 20일 남은 가운데, 야당 추천 위원 4명이 “이옥남 상임위원의 차기 위원장 임명은 절대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신임 위원장은 위원회 설립취지를 이해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고 했다. 1·2기 진실화해위를 통틀어 위원들이 특정 위원을 가리키며 ‘위원장 임명 반대’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훈 상임위원과 이상희·오동석·허상수 위원(비상임)은 18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김광동 위원장 임기(12월9일 만료)가 한 달이 채 안 남은 시점에서 이옥남 상임위원이 신임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반대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진실화해위에서는 지난달 30일 이옥남 상임위원이 용산 대통령실 호출을 받고 다녀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옥남 위원장설’이 조용히 퍼지는 분위기였다. 진실화해위에서는 이영조·김광동 등 상임위원을 거쳐 위원장이 된 경우가 두 번이나 된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굳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오는 19일에 열리는 제91차 전체위원회에 이미 진실규명 결정한 ‘충남 남부지역(부여·서천·논산·금산)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의 희생자 백락정(1919년생)에 대한 종전 진실규명 결정 취소 및 최초 진실규명 신청을 각하하는 안건이 이옥남 위원 주도로 상정되기 때문이다. 희생자 백락정은 지난해 진실규명이 완료됐음에도 올해 국방경비법에 따른 군법회의 사형 판결문이 뒤늦게 밝혀지며 지난 9월 재조사가 의결된 이후 계속 논란이 돼 왔다.
이옥남 위원은 자신이 소위원장인 제1소위원회 논의도 없이 바로 전체위에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소위 야당 추천위원인 오동석·허상수 위원이 심의·의결권을 침해받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진실화해위 운영규칙에서는 ‘각하결정에 관한 사항(1호)’과 ‘위원회에서 소위원회에 회부한 사항(9호)’은 소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종전 진실규명 결정 취소 및 최초 진실규명 신청을 각하하는 안건을 제1소위 논의도 없이 전체위에 곧바로 상정하는 것은 운영규칙 위반이라는 게 야당 추천 위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김광동 위원장의 재임기간 동안의 문제점은 국회와 언론 등으로부터 계속 지적됐기 때문에, 이제라도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이 신임 위원장으로 임명돼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에 백락정 사건의 처리를 보면 이옥남 상임위원이 단지 상임위원 지위에서 위원장 생각을 수동적으로 따른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김광동 위원장의 기조와 동일하게 적극적으로 부역 몰이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지난 7월 진실화해위에 들어와 농성 중이던 유족들에 보인 이옥남 위원의 태도도 문제삼고 있다. 당시 이옥남 상임위원이 이들 유족 등에 대해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 연행토록 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상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정식 수사 의뢰를 하는 등 피해 유족들에 공감하려는 태도나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장으로서 기본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수와 진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이 바뀌는 것은 역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진실 규명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신임 위원장부터 위원들과 유족들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위원회의 설립 취지를 이해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자가 임명되어야 하고, 대통령실에서 현 상황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인식하길 촉구한다”며 성명서를 맺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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