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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정명훈·원 코리아, 조성진·임윤찬 이어 올해의 ‘원픽’은 이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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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명훈이 올해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연주자로 선택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 롯데콘서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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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때 장난도 치시면서 저를 귀여워해주셨어요.” 지난 14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24)은 초등학생 시절 함께했던 정명훈과의 연주에 대해 “뭔가 다른 집중력이 생겼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2013년 서울시향이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을 함께 초청해 펼친 어린이날 야외 공연이었다. 당시 13살 이수빈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서 3악장을 협연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나 정명훈(71)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자로 다시 이수빈을 선택했다. 이번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와 전 악장을 완주한다. 2017년 정명훈이 ‘음악을 통해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기치로 창단한 비상설 프로젝트 악단이다. 국내 오케스트라 전·현직 단원과 국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연주자 등이 단원이다. 정명훈은 “만약 이 오케스트라가 잘돼 남북 연주자가 함께하는 상설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진다면 다른 걸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 해도 흔쾌히 지휘를 수락할 것”이라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 악단은 창단 이후 1년에 딱 한차례씩만 공연해왔다. 창단 공연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2년 전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협연자였다. 여덟번째인 올해 공연은 다음달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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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명훈이 2017년 ‘음악을 통해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기치로 창단한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롯데콘서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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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의 재능을 먼저 알아본 사람은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76)였다. 2012년 예후디 메뉴인 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이수빈이 2위를 했을 때다. 정경화는 “유튜브에서 연주를 보고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랐다”며 이듬해 자신이 예술감독으로 있던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이수빈을 초청했다.



“저한테 ‘너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칭찬해주시면서 누구보다 공감을 잘 해주세요.” 이수빈은 “정경화 선생님은 제게 음악적 멘토 같은 분”이라고 했다. 동생 정명훈에게 이수빈을 소개해준 사람도 정경화였다. 이수빈은 2013년 모스크바 오이스트라흐 국제바이올린콩쿠르 주니어 부문과 이듬해 뉴욕 영콘서트아티스트 오디션에서도 잇따라 우승하며 일찍부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차이콥스키 협주곡은 이수빈에게 인연이 남다른 곡이다. 2014년 러시아 영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를 때 연주했고, 지난해 3위를 차지한 몬트리올 국제콩쿠르 결선에서도 연주했다. “연주할 때 이 곡만큼 흥분되고 만족감을 주는 곡이 또 있을까 싶어요.” 이수빈은 “이 곡을 들으면 발레가 떠오른다. 발레의 우아함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깔을 잘 담아내는 곡”이라며 “연주할 때 재미있고, 들을 때 더 재미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에게 이 곡의 표준은 정경화의 연주다.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1914~2005)가 1973년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해 정경화와 협연한 녹음이다. 줄리니는 정명훈의 스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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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가 12월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브람스 교항곡 1번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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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쓰는 악기는 1794년산 주세페 과다니니 크레모나 바이올린. 2016년부터 금호악기은행에서 무상으로 지원받아 8년 넘게 사용 중이다. “이 악기는 소리가 크고 깊으면서, 앞으로 쭉 뻗어나가는 힘이 좋아요. 곡이 웅장한 차이콥스키 협주곡과 합이 좋다고 봐요.”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쓰던 악기를 넘겨받았다.



“정점에 오른 연주자들인데도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연습하면서 자신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배우고 싶어요.” 그가 ‘거장’들에게 배운 중요한 요소는 꾸준한 단련이다. 일상의 규칙을 유지하기 위해 그도 날마다 연습을 빼먹지 않고, 30분 이상 걸으며, 밤에는 꼬박꼬박 일기를 쓴다.



그의 꿈도 ‘꾸준히 기억되는 연주자’로 남고 싶다는 거다. 수많은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한 그지만 여전히 콩쿠르에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굳이 자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는 “아직 콩쿠르 도전 정신을 갖고 있다”며 웃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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