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戰 발발 이후 첫 ‘러 본토 타격’ 승인
우크라, 쿠르스크 러-북한군 공세에 맞서 사용할 듯
미국 전술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가 발사되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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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 전술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처음으로 승인했다. 우크라이나가 기습 점령한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에 러시아가 북한군을 포함한 5만 명을 배치하며 대대적인 영토 탈환 준비에 나선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가 탈환을 노리는 남부 쿠르스크주까지 직선거리는 약 100km,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는 약 400km다. 최대 사거리 300km에 이르는 에이태큼스는 러시아 본토 깊숙한 지역까지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가 전황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기대하며 러시아 본토에 에이태큼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에 로비를 벌여온 이유다.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월 “우크라이나에 서방에서 만든 장거리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한다면 서방은 러시아와 직접 싸우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제1부위원장도 미국의 에이태큼스 사용 승인이 알려진 직후인 17일(현지 시간) “이것은 3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향한 매우 큰 걸음”이라고 반발했다.
‘확전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9일로 1000일을 맞는 동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공격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한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은 올 4월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면서 러시아 본토가 아닌 전쟁으로 점령당한 지역에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단단히 다짐을 받기도 했다.
에이태큼스 지원은 물론 사용 승인을 극도로 미뤄왔던 미국이 ‘금기’의 일부를 해제한 것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조기 종전 협상 가능성 등 상황 변화가 큰 탓이다. 새로운 위협에 맞닥뜨린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의 예고대로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러 상대할 ‘게임 체인저’ 에이태큼스 화력은
에이태큼스는 세계 최대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이 만든 전술지대지미사일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델에 따라 최대 375파운드(약 170kg) 무게의 폭탄을 탑재해 약 300km 떨어진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에이태큼스는 포병 로켓 시스템보다 대기권으로 더 높이, 더 멀리 비행하며 훨씬 빠른 속도로 지상으로 떨어진다.
미군 에이태큼스.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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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태큼스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이동식발사대인 ‘하이마스(HIMARS)’에서 발사할 수 있다. 에이태큼스로 목표물을 타격하고, 재빨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영국과 독일에서 지원한 다연장로켓발사대 ‘M270’에서도 쏴올릴 수 있다.
에이태큼스는 냉전 시대인 1980년대 적진 깊숙이 있는 가치가 높은 소련 목표물을 파괴하기 위해 개발됐다. 미국이 주로 비유도 무기(dumb bombs․공중에서 떨어뜨리면 중력에 의해 자유낙하하는 무기)에 의존하던 때 개발된 희귀한 유도 무기(guided bombs)였다. 유도 무기는 공중에서 투하하면 목표물을 찾아 경로를 계속 수정해 높은 명중률을 보인다.
미군은 1991년 걸프전쟁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 과정에서 에이태큼스 약 30발을 발사했다. 이라크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대와 지대공미사일 기지를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2003년 이라크전쟁 초기 ‘자유 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에서도 집속탄 형태의 에이태큼스 400발 이상을 발사했다.
● 우크라, 美 에이태큼스 어떻게 활용할까
러시아는 북한군을 포함해 약 5만 명의 병력을 투입하여 우크라이나군이 8월부터 점령하고 있는 쿠르스크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에이태큼스를 사용해 러시아와 북한의 군대 밀집 지역, 주요 군사 장비, 물류 및 탄약 창고, 러시아 깊숙한 곳의 공급선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러시아와 북한군의 반격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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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를 포함해 러시아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사용할 에이태큼스 수백 발 제공을 약속하고 올 4월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이번 쿠르스크 방어에 사용하기 위해 무기고에 얼마나 많은 에이태큼스를 남겨뒀는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 본토를 향한 에이태큼스 사용을 첫 승인하면서 러시아는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남동부 전선의 주요 지점에서 세를 확장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도시를 향해 연이어 공중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 CNN은 “(우크라이나에) 나쁜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고, 러시아가 (전황에서) 유리해 보인다”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 국가두마의 레오니드 슬루츠키 외무위원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를 활용해 러시아를 공격하도록 승인했다면 (러시아의) 가장 강경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루츠키 외무위원장은 “미국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미사일로 공격하면 불가피하게 심각한 상황이 확대될 것이며, 이는 훨씬 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위협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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