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 페루-일본인 협회(APJ) 회원들과 간담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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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취임 전 면담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무리한 시도로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8일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만남 추진을 포기했다”며 “중의원 선거 대패로 정권 기반이 불안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기 면담에 강한 의지를 거듭 밝혔던 만큼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페루 리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일정에 맞춰 지난 14일부터 7박8일 일정으로 남미 순방길을 떠났다. 애초 일본 정부는 순방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면담을 확정한 뒤, 순방 마지막 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은 미국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외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등을 고려해 대통령 취임 이전 외국 정상과 일체의 만남을 삼가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새 정부 내각 인선에 한창인 데다, 너무 많은 외국 정상들의 만남 요청이 들어온 것까지 고려해 이시바 총리의 면담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이 이시바 총리와의 취임 전 만남에 긍정적이라고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한 간부가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만날 수 있다”거나 외무성에서도 “(사실상) 정해진 답변”이라는 식으로 언론들에 설명해왔다. 하지만 면담 무산이 결정되자 총리실 주변에서 “만남이 이뤄졌어도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외교 분야에 정통한 자민당 중진 의원은 “이시바 총리의 외교적 감각이 없는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축하 당시) 5분간 전화에서 구두 약속으로 만남이 가능하다고 받아들였다는 것 자체가 안이한 생각일 뿐더러 총리 스스로 높은 벽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1기 집권 당시 취임 전 만남을 성사시킨 것과 관련해 이시바 총리가 이를 과도하게 의식해 무리한 시도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리실은 곧바로 내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친 뒤, 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한 상황이다. 하지만 내년 1월은 소수 여당을 이끌게 된 이시바 총리가 예산 심의 등 야당과 격렬한 정치 공방이 예정된 터라, 이번에는 이시바 총리의 일정 조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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