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거북이, 학 등으로 마음 표현
"문화유산 마음도 보고, 내 마음도 보고"
김재홍 관장 "박물관의 미래"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 특별한 숲이 자라났다. 어린이들 각자가 소나무, 거북이, 학 등 한국 고유의 전통 소재를 활용해 자신만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한 ‘마음의 숲’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알기(+) 덜기(- ÷) 잇기(×), 문화유산 속 마음’을 주제로 어린이박물관을 새롭게 단장해 11월 19일에 재개관한다고 18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마음’을 키워드로 삼았다. 어린이들이 문화유산을 가까이 느끼는 데서 더 나아가, 아이들이 문화유산으로 각자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들은 마음의 숲을 산책하며, 동시에 나만의 마음의 숲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친구들이 만든 숲도 관찰하며 서로의 감정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소나무, 대나무, 복숭아, 학 등 선조들이 남긴 작품들 속 여러 소재를 판에 꽂아, 부글부글 화산이 터지는 숲부터 동물들이 평화롭게 뛰노는 숲까지 마음껏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아이들은 마음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유산 속 등장인물이나 친구, 가족 등 타인의 마음도 들여다본다. ‘몽글몽글 말하는 옛그림’에서는 김홍도의 <씨름> 등 그림 속 등장인물들의 말풍선을 채울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내가 그림 속 인물이라면 무슨 말을 할지를 글자나 이모티콘으로 다채롭게 표현해 본다.
또한 ‘도란도란, 마음이 담긴 얼굴’,‘뾰족동글, 마음의 조각’, ‘사각사각, 마음의 얼굴’에서는 문화유산의 눈, 코, 입, 머리카락 퍼즐이나 모양 자를 조합해 새로운 표정을 그릴 수 있다.
소통과 협력도 강조한다. 복숭아가 달린 ‘주렁주렁 마음의 열매’는 바위 위에 손을 얹어야 복숭아가 반짝인다. 여럿이 함께할수록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사칙연산으로 문화유산 이야기도 만든다. 예컨대 ‘불+흙×불=도자기’는 ‘불과 흙을 섞어 잘 반죽해(+) 불에 구우면(×) 단단한 도자기가 된다’로 읽을 수 있다.
또한 대형 화면 속 복희와 여와, ‘단원풍속도첩’의 춤추는 아이 등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유산 그림을 터치하고, 해당 문화유산의 마음도 고를 수 있다. 마음을 읽어본 문화유산을 박물관 곳곳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재홍 관장은 이날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20년 전 개관 당시,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장과의 일화를 회상했다. 그는 “어린이박물관을 소개할 때 시끌벅적하니, (도쿄국립박물관장이) ‘그냥 두시라. 여기에 박물관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며 “‘일본은 노년층 위주여서 숨소리만 들린다. 이 어린이들이 상설전시실을 채울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그 20년 전의 어린이들이 MZ세대가 돼 왔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물질 중심에서 스토리가 있는, 모두의 얘기가 있는 곳으로 (어린이박물관이) 전환한다”며 “상설전시실과 동떨어져 있는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공간적 연결뿐만 아니라 세대 간 연결, 현재와 미래의 연결 (공간)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어린이박물관은 1일(총 5회) 제한된 인원에 한하여 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주경제=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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