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군이 2021년 12월 뉴멕시코주에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는 조처로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공격에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19일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000일을 맞은 가운데, 러시아가 이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참전으로 해석해 전쟁 확대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이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가했다고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거리가 짧은 구형 에이태큼스 미사일만 공급하다가 올해 4월부터 신형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에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영토 공격은 계속 금지해왔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러시아군이 북한군 1만명이 포함된 5만 병력으로 쿠르스크 탈환전에 나선 것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기습 점령한 자국의 서쪽 영토인 쿠르스크의 일부 지역을 되찾기 위한 대규모 작전을 시작했고, 미국은 현지의 북한군도 전투에 가담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관리들은 따라서 북한군도 에이태큼스 미사일의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의 에이태큼스 미사일은 쿠르스크에 투입된 러시아군 및 북한군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을 방어하는 데 우선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후 바이든이 다른 지역에서의 사용도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임기가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바이든이 중요한 결정을 내린 것은 북한군 참전이 결정적 계기라고 미국 관리들은 설명했다. 미국 행정부 안에서도 러시아를 자극해 확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여전하지만 바이든은 북한에 ‘대가’를 치르게 해 추가 파병을 막을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신문 르피가로는 영국과 프랑스가 양국이 공동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프랑스명 스칼프)를 러시아 영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게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부정하지 않으며 “미사일 스스로 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 연방 상원 국제문제위원회의 제1부위원장 블라디미르 자바로프는 미국의 결정이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대통령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고 러시아 방송 알비시(RBC)에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깊숙이 타격할 수 있도록 서방이 허용한다면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이 분쟁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에게 가해질 위협에 기반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도 경고한 바 있다.
바이든의 이번 결정이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의 전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는 17일에도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약 120발, 드론 약 90기를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했다. 전력시설을 집중 타격해 우크라이나 전국에 전력 공급이 제한됐고, 우크라이나는 춥고 힘든 겨울을 앞두고 있다.
바이든의 결정은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집권 뒤 시작될 수 있는 종전 협상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이디(J. D.) 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이 점령한 영토를 양보하는 것을 종전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를 계속 점령할 수 있다면 러시아군에 빼앗긴 자국의 동부 및 동남부 영토와 교환하는 방식이 가능해질 수 있다.
워싱턴 베를린/이본영 장예지 특파원 ebon@hani.co.kr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