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은 자사주 매입·코스닥 기업은 CB·유증으로 연명
당국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밸류업에 힘쓰고 있지만, 연말들어서는 도루묵이 되가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3분기 실적방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4만 전자’를 기록한뒤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스닥 기업도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면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함께 유상증자로 연명하고 있다.
18일 연초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7.01%, 20.43%를 기록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상승세로 마감했지만, 트럼프 트레이드로 인한 강달러와 관련주 하락 등 대외적인 변수 탓에 여전히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경우 첫 도입이 됐던 지난 9월 30일 기준으로 보면 대표 시장 지수와 달리 –5.63%에 그쳤다. 지수에 편입된 고려아연이 높은 수익률을 보이면서 편입 비중도 같이 커진 효과 덕분이었다.
국내 증시에서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주식 비중은 최근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 주식 시가총액은 637조4877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32%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밸류업 효과로 외국인의 투자 비중은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 7월 36%대까지 증가했지만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장 초반 순매수세를 유지했지만 오후장들어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기업들이 주가 방어에 맥을 못 추면서 금융당국의 의도와 달리 증시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지난주 5만원대가 붕괴되면서 겨우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코스피 2400선은 붕괴가 됐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반등 효과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업계는 진정한 밸류업 고민은 단순히 주가 방어보다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과 변화라고 말한다.
정보기술(IT) 기업 등은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 약세로 석유화학 업종은 적자 전환했다.
계속되는 증시 하락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코스닥, 코넥스 기업들은 전환사채(CB)와 유상증자로 연명하고 있다.
연초 이후 코스닥과 코넥스 기업의 CB 발행량은 4조8960억원으로 전년도 전체 규모(4조2115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최근 계속되는 주가 하락에 CB의 전환가액(리픽싱) 조정 규모 역시 예년 대비 급증 한 가운데 발행 규모가 자본 총계를 넘어 선 곳이 30% 이상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코스닥 기업의 유상증자 규모도 함께 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코스닥 기업의 유상증자 규모 역시 4조9924억원으로 이미 전년(4조3496억원)도 수치를 넘어섰다.
금융당국 역시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 악화와 실적 부진이 밸류업 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판단한다. 밸류업 정책을 추진한 한 당국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시총 1위 상장사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면 이미 TSMC에 뒤처진지 오래다”면서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들의 각종 리스크로 밸류업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아주경제=최연재 기자 ch022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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