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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문신에 사투리까지, 동네 건달 아냐?…마약범 일망타진, 마약수사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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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압수된 마약. [사진 =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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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지방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마수대)가 수개월의 잠복 끝에 마약범을 일망타진했다.

18일 마수대에 따르면, 지난 2월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마수대) 내선 번호로 난데없는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보복이 두려워 자신의 신원을 밝힐 수 없지만, 전남 해남군 일대에서 불법 체류자인 외국인들의 집단 마약 거래가 밤마다 성행하고 있다는 첩보 전화였다.

수화기 너머 어눌한 말투로 “제보할 테니 꼭 잡아달라”는 이 인물은 마약 거래 장소와 시간을 콕 짚어내 마수대 한 팀원에게 전달했다.

마수대의 마약 수사는 이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외국들의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제보자 귀띔을 토대로 수사 계획을 치밀하게 짰다.

성인 남성보다 체구가 큰 형사 여럿을 이른바 마약 거래가 이뤄지는 ‘좌표’로 투입하는 것 대신 전남 지역 사투리를 쓰는 소수의 형사를 현장에 먼저 보냈다.

빛가림(틴팅)이 짙은 형사들의 개인 차량을 이용해 선착장 인근을 둘러봤고, 마약 거래가 이뤄지는 순간을 잠복수사 2개월 만에 두 눈으로 목격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한 외국인이 정박한 선박 위로 검은색 비닐봉지를 10초 만에 던지고 가거나 선박 위로 올라가 또 다른 외국인에게 건네는 정황을 포착했다.

신원 미상 인물의 첩보에서 시작한 수사가 정식 수사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현장을 덮치기 전 형사들은 마약 거래 용의자들의 의심을 덜기 위해 위장을 위한 물품도 품을 팔아 구했다.

선착장 인근의 낚시객으로 위장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낚싯대를 빌렸고, 미끼 역할을 대신할 돌멩이를 낚싯대에 매달아 두기도 했다.

마약 거래·투약자의 일망타진을 위한 수사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지난 8월까지 이어졌는데, 경찰 신분을 감추려고 문신이 새겨진 토시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오토바이로 마약을 운반하는 태국 국적 불법체류자 20대 A씨 검거를 첫 단추로 전남 섬 지역에서 투약한 이들을 순차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3∼4년 전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함께 한국으로 온 지인들의 검거 소식을 들은 일부 불법체류자들이 전남 지역으로 달아나기도 했지만, 소셜미디어(SNS) 게시글로 위치를 특정, 마약을 투약한 이들을 모두 붙잡았다.

8개월 동안 마수대가 벌인 수사로 전남 해남·진도 등 도서 지역에서 합성마약 야바·대마를 판매하거나 투약한 16명의 불법체류가 검찰로 넘겨졌다.

검거 과정에서는 시가 3억원 상당 대마 약 3㎏도 압수했는데, 해경은 공급책·판매책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18일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심하다는 시골 지역 특성을 이용해 잠복 수사를 한 결과”라며 “밀반입한 마약을 국제우편으로 전달한 총책도 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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