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과 경실련 등이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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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가 초래할 문제들 ②
정세은 | 충남대 교수(경제학)·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정부·여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폐지를 선언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제시한 금투세 폐지 이유가 윤석열 정부의 감세 논리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논리로 부자 감세의 원상 복구를 압박할 것인지, 인구 위기와 기후 위기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정 증세를 추진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금투세 폐지에 반대하는 것은 무조건 조세 정의를 외치고자 함은 아니다. 금투세 폐지의 논리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 초부터 실시해 온 부자 감세 논리와 같은 것이어서 폐지에 동조하는 것은 그 논리에 포섭되는 것이기에 우려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부자 감세를 추진하면서 부자 감세가 아니라 경기 활성화를 위한 세제 정상화라고 불러왔다. 직접적으로는 대기업과 자산 계층이 이익을 보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 모두 이익을 보는 것이라는 주장, 낙수 효과 주장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돌이켜보자. 법인세 감세와 상속세 감세(가업 상속공제 확대), 부동산 양도세와 종부세 감세는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경제를 성장시켜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낙수 효과가 아니라 대규모의 세수 결손, 재정 허리띠 졸라매기, 가계대출 급증, 이로 인한 내수 위축과 민생의 고통 가중 등 경제 파탄과 민생 파탄을 낳았을 뿐이다.
금투세 폐지 논리도 법인세 감세 논리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윤석열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서 금투세와 배당소득세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세제로 인해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므로 금투세와 배당소득세를 폐지하고 완화하는 것이 주식시장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민 1400만여 명이 주식투자자이므로 금투세 폐지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세운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이후 여러 차례 발표한 민생 대책을 보면 감세 정책, 대출 확대 정책이 핵심이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부자 감세가 민생을 위한 감세라는 논리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금투세 폐지는 법인세 감세와 달리 낙수효과가 발생할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것이기에 민생을 위한 감세이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정책인가. 그렇지 않다. 2020년 말 금투세 도입이 확정되었을 때도 주식시장에는 별 충격이 없었고 최근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발표한 이후에도 별 영향 없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투세는 초단기적 이벤트에 불과하며 주가는 결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주가 조작, 지정학적 리스크, 대주주 사익 편취 등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다. 금투세 폐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는커녕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고수익을 누리는 집단에까지 비과세라는 혜택을 주는 잘못된 결정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부자 감세가 경제 파탄을 야기하고 있음을 인정하지도 않고 그 기조를 바꾸지도 않을 것이다. 더 세게 감세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배당소득세 폐지, 상속세 폐지까지 추진할 것이다. 부자 감세 정책으로 세수가 줄어들어도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 탓을 하며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것이다. 민주당은 주식투자자 중 금투세 대상자는 1%에 불과한데도 이를 폐지하는 데 동조하면서 어떤 논리로 이에 맞설까?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키고 부자 감세에 맞서 싸우며 이를 돌파하고자 한다면 상법 개정 먼저라는 핑계 대지 말고 금투세 시행을 동시에 추진하라. 거대 야당으로서 그것도 못 하겠다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간판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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