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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눈 부릅뜨고 법안 찢으며 발 ‘쿵쿵’···뉴질랜드 의회서 ‘하카’ 공연,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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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피-클라크 마오리당 의원 주도

와이탕이 조약 재해석 법안에 반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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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의회에서 마오리족 의원들이 원주민 권리 보장 법안에 항의하며 전통춤 ‘하카’ 공연을 벌이는 영상이 공개돼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NZ헤럴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4일 하나 라위티 마이피-클라크 마오리당 하원의원이 와이탕이 조약 재해석 법안 논의 중 하카를 추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7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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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 마이피-클라크 의원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구호를 외치며 하카를 시작했다. 마오리당 소속 의원들과 다른 정당 의원들도 이에 동참했으며 마이피-클라크 의원은 법안 사본을 찢는 과격한 행동도 보였다. 방청석의 관중들까지 가세하면서 의회는 일시적 혼란에 빠졌다.

이에 당황하던 게리 브라운리 하원의장은 즉각 정회를 선언했으며 회의장을 정돈하도록 요청했다. 하카를 주도한 마이피-클라크 의원에게는 24시간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

하카는 과거 마오리족 전사들이 전투 전 사기진작을 위해 행하던 전통 의식으로 기합과 함께 위협적인 표정을 짓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의 상징적인 세리머니로도 알려져 있다.

논란이 된 법안은 1840년 영국과 마오리족 간 체결된 와이탕이 조약의 재해석을 다루고 있다. 이 조약은 영국의 통치권을 인정하는 대신 마오리족의 토지와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데이비드 시모어 우익 ACT당 대표는 “조약이 마오리족에게만 뉴질랜드인과 다른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이 같은 차별적 권리 부여가 성공한 적 있느냐”고 조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마오리족에게 부여된 전용 토지나 문화 보존 노력을 없애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윌리 잭슨 노동당 의원은 “이 법안은 조약을 다시 쓰려고 하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이어 “조약의 원칙은 명확하다. 파트너십과 문화 보존에 관한 것”이라며 국왕 변호사 단체 등에서도 이 법안에 반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연소 원주민 출신 의원인 마이피-클라크 의원은 지난해 12월에도 마오리족 언어 탄압에 반대하며 하카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강민서 기자 peac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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