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남녀공학 전환 문제를 계기로 극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동덕여자대학교 사태를 두고 언론이 한국 사회 내의 성차별과 페미니즘 백래시(반작용) 현상 등 사태의 본질보다는 '과격 시위' 양태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언론 시민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8일 '동덕여대 학생들의 질문에 사회와 언론은 답할 준비가 돼 있나' 제하의 논평을 내고 "동덕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사회적인 의제로 확산하는 양상"이라며 "한국 사회는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할 자세가 돼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단순히 '남녀공학 전환'으로만 국한된 게 아니"라며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성차별 그리고 점점 심화하는 백래시 현상을 빼놓고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없다"고 했다.
단체는 "'여성들의 안전한 공간'이란 단순히 물리적 거점만을 뜻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학생들의 우려를 무겁게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학이란 공간으로 한정하더라도 상황은 명확하다. '여학생회 존폐' 논란은 어떻게 볼 것인가"라며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역차별 논쟁이 벌어지면서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총여학생회가 폐지됐다. 총여학생회가 존치되더라도 규모가 줄어드는 등 목소리에 힘이 빠지긴 마찬가지다. 이것이 현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을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여대에서 성범죄 교수 규탄 '래커 시위'가 벌어지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서울여대는 지난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한 교수에 대해 '감봉 3개월'이라는 다소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이 학교에 비판 대자보를 붙이는 건 당연한 권리였다"며 "하지만 가해자가 대자보를 문제 삼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이를 계기로 학생들의 시위가 본격화됐다. 과연, 누가 싸움을 만드는가"라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나아가 대학의 본질과 기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단체는 "학생들은 '교수진이 부족해 수강 신청을 전쟁처럼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기숙사가 부족하지만, 학교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만큼의 교육을 받고 있기는 할까"라고 했다.
이어 "여자대학들이 공학으로 전환하고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는 논리의 핵심은 '학령인구 감소'에 있다. 대학들이 그만큼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 운영해 왔다는 뜻이다. 정부는 손을 놓은 지 오래"라며 "최근 대구대 사회과학대학 건물 앞에 차려진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빈소 사진이 화제가 됐다. 과연, 한국의 대학 교육의 문제와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는 무관하다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단체는 "이런 총체적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투쟁하는 학생들을 단순히 '철없이 반대만 한다', '페미가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라며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다수 언론의 보도는 여전히 문제적이다. '남학생을 반대한다'라는 점을 부각해 젠더 문제로 몰아가는 양태도 여전하다. 사건의 본질보다는 '과격 시위', '비문명'이라는 말이 기사의 앞 단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신남성연대가 동덕여대 앞에 집회신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상에는 '동덕여대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며 "과연, 한국 사회와 언론은 이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언론연대는 "동덕여대를 비롯한 학생들은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며 우리 공동체에 질문을 던졌다. 그렇지만 질문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평가부터 내리고 있지는 않는가"라며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안 된 건, 학생들이 아니라 사회와 언론이 아닌지 이제라도 진지하게 자성해야 할 때가 아닐까"라고 했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된 학내 시위가 계속된 14일 오전 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학교는 우리를 꺾을 수 없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