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뉴질랜드 의회에서 마오리족 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을 논의하던 의원이 마오리족의 전통 춤 ‘하카’를 춰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뉴질랜드 의회에서 하나 라위티 마이피-클라크 마오리당 하원의원이 법안에 반대하며 하카를 추고 있다. (사진=틱톡 캡처)

19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매체 NZ헤럴드 등에 따르면, 마오리족 출신인 하나 라위티 마이피-클라크 마오리당 하원의원은 지난 14일 열린 의회에서 마오리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와이탕 조약’을 재해석하는 법안을 논의하다 하카 춤을 췄다.

마이피-클라크 의원의 하카 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며 전세계에서 큰 화제가 됐고, 7억회 이상 조회되고 있다.

하카는 마오리족이 전투에 앞서 사기를 올리기 위해 실시한 전통 의식에서 유래됐다. 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고함을 지르며 위협하는 듯한 동작이 특징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럭비 경기에서 대표팀이 시합을 치르기 전에 하카를 추기도 한다.

(사진=틱톡 캡처)

마이피-클라크 의원은 이날 법안 표결에 앞서 항의 표시로 ‘하카’ 의식을 시작했다. 영상 속에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마이피-클라크 의원은 법안 사본을 두 갈래로 찢어버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한다. 같은당인 마오리당 동료 의원도 하카 의식에 동참했고, 녹색당과 노동당 등 다른 의원도 하카에 동참하며 의회장에는 하카 구호가 울려퍼졌다.

문제가 된 법안은 지난 1840년 영국이 마오리족을 통치하는 대가로 마오리족에게 일정한 토지와 문화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와이탕 조약’을 재해석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을 발의한 우익 ACT당의 데이비드 시모어 대표는 “이 조약은 마오리족에게만 뉴질랜드인과 다른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 조약에서 정한 원칙이 명확하지 않다며 조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의식으로 회의는 당황한 게리 브라운리 하원의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하카를 주도한 마이피-클라크 의원에게는 24시간 정직 처분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