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서울시가 가사관리사에 이어 마을버스에도 외국인 인력 투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열악한 일자리에서 발생하는 인력난을 노동조건 개선이 아닌 이주노동자 투입으로 거듭 해결하려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국무조정실에 고용허가제(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해달라고 공식 건의했다고 18일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이 건의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려면 마을버스 1년 이상 근무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허가제를 통해 '운수업'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는 마을버스 기사로 일단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시의 구상이다.
이번 결정에 앞서 사용자단체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은 지난해 11월 "현재 운전기사 3500명이 필요하지만 2900여 명만 근무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운전기사 채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건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겠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다.
노조는 서울시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을 산하에 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18일 성명서에서 "열악한 근로조건을 해소해 양질의 운전인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안전, 수송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대중교통 운영 철학 없이 열악한 근로조건은 그대로 둔 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저임금 외국인을 고용하겠다는 서울시 정책은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선버스 운전기사 고용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정재수 한국노총 서울·경기지역마을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마을버스 기사의 통상적 노동조건에 대해 "하루 9시간 2교대로 26일 일하고 월 3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실 근무시간은 263시간 정도 되고, 야간, 연장 등을 고려한 소정 근로시간은 314시간"이라며 "시급으로는 최저임금보다 120원 정도를 더 받고, 시내버스 기사 임금과 비교하면 60~63%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계와 전문가들 또한 마을버스 일자리 질 개선을 위한 대책 없이 저임금 이주노동자 투입으로 업계 인력난을 해결하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졍영섭 이주노조 활동가는 "인력이 부족한 일자리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지 않고 외국인 인력으로만 메우려는 발상 자체가 인종차별적"이라며 "해당 일자리에 이주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조사, 연구, 준비, 숙의 이런 것들이 다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서울시정을 책임지는 부서는 서울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장기적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마을버스 기사 인력난의 이유를 먼저 살펴보고 해결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 일자리라 사람들이 안 가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외국인 고용을 허용해도 장시간 노동에 돈이 안 되면 다른 일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 이건 외국인이냐 내국인이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지역 밀착형으로 운영되는 마을버스의 직무 특성도 봐야 한다. 한국어나 한국의 교통문화에 익숙한 외국인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외국인이 당장 마을버스 기사로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이라서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고용할 인력의 직무 적합성을 따져봐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8월부터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시작했는데, 일부 가정에서 '비싸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수요가 줄어들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가사관리사들의 임금이 두 차례 체불되고, 이탈자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발생해 서울시와 중개 관리업체의 부실 운영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서울시 버스정책과는 이날 마을버스 외국인 기사 도입 관련 설명자료에서 "마을버스 1대당 재정지원기준액을 인상하는 등 운전기사 처우개선을 통한 마을버스 기사 인력난 해소도 적극 추진 중"이라며 "마을버스 운수종사자 부족 인원의 외국인 대체는 업계 수요조사를 통해 최소한의 수준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시의 한 마을버스 정류장(자료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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