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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기자수첩] 쌀도 안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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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노유정 생활경제부 기자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선 사람들이 전쟁터에서 피란짐을 이고 지듯 배추를 장바구니가 터지도록 욱여넣고 짊어졌다. 김장철을 앞두고 마트에서 진행한 대규모 할인행사 때문이다.

그만큼 치열했던 배춧값 전쟁이 드디어 끝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18일 전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유통업체를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김장비용이 20만6747원으로, 평년(22만457원) 대비 6.2% 적다고 밝혔다.

배추 소매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포기당 3198원으로 한 달 전보다 63.9% 떨어졌다. 주산지인 호남지역 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배추 가격과 김장재료 가격은 더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정부와 유통사에서 할인 지원이 지속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배춧값도 많이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 2만4000t, 무 9100t 등 계약재배 물량을 집중 공급했다. 아울러 오는 12월 4일까지 배추, 무 등 11개 김장재료를 최대 40% 할인 지원한다. 여기에 유통사 자체 할인까지 더해져 배추 포기당 소매가격은 30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문제는 정부와 유통사 할인이 단기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배춧값이 오른 이유는 갑작스러운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폭염 때문이었다. 가을배추가 나오기 전까지는 폭염이 지난 9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우려들이 많았다. 또 9월 중순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군에 집중호우가 내려 수급불안을 키웠다. 지속되는 기후위기는 단기적 지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취재 중 인터뷰한 한 교수는 배추전쟁이 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기후위기 때문에 농산물의 생산 변동이 커진 것"이라며 "지금은 쌀이 남아돌지만 지금 농경지 예측에 의하면 쌀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쌀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365만7000t이다. 전년 대비 1.2% 감소한 수치다. 2016년 쌀 생산량(419만7000t)에 비해서는 12.9% 줄었다. 재배면적도 올해는 69만7714㏊로 2016년 77만8734㏊에 비해 10.4% 쪼그라들었다. 현재는 공급량 감소보다 수요량 감소가 더 커 쌀 부족 현상은 없지만 기후위기가 심화되면 쌀 수급상황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주식으로 먹는 쌀마저 전쟁처럼 경쟁하며 사야 할 날이 올까 걱정이다. 기후위기에 대비한 품종개량과 생산성 강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yesyj@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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