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0 (수)

우크라, 러에 에이태큼스 발사…푸틴, 핵 문턱 낮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미국 육군이 운용하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이 2021년 12월14일 미국 뉴멕시코 화이트샌즈 미사일 발사장에서 화력 시험을 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제공/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비핵보유국이 재래식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경우에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핵 교리 개정을 19일(현지시각) 승인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 남서부 지역에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 미국산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건 처음이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은 ‘핵억제력 분야의 국가정책 기초’라는 이름의 핵 교리를 푸틴 대통령이 서명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개정 핵 교리는 이날부터 발효된다.



새 핵 교리는 러시아 핵억제력의 대상이 되는 나라와 군사 동맹의 범위를 넓히고, 핵억제력이 적용될 군사 위협의 대상을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핵 교리 수정으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문턱이 더 낮아졌다며 핵전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새 핵 교리는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연합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하도록 규정했다. 재래식 공격일지라도, 러시아 주권을 위협하고 러시아 영토와 동맹인 벨라루스를 항공기와 미사일 등으로 대규모 공격하면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의 군사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 서방 지원 무기의 러시아 영토 공격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을 때 이미 핵 교리 개정을 선언하며 경고한 바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핵 교리 개정과 관련해 “최근 국제 정세, 국경 주변의 긴장 고조,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핵 강대국, 나토 군사 인프라가 우리 국경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의 핵 교리와 핵억제 정책을 모두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태큼스 러시아 영토 공격과 핵 교리 개정이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비핵보유국이 재래식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경우에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이 우크라이나가 서방 제공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는 경우를 고려한 것이냐는 질문에 “예, 그렇게 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새벽 3시25분께 적들이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에 탄도미사일 6발을 쐈다”며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산 에이태큼스 전술미사일이 사용됐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어 “우리의 S-400과 판치리 미사일방어시스템 운용요원들이 이들 미사일 중 5발을 떨어뜨렸고 1발에 타격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요격된 미사일의 파편이 군사시설에 떨어져 불이 났으나 시설과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15㎞ 떨어진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의 무기창고를 타격해 그곳에 보관되어 있던 무기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걸 허용했다는 보도가 17일 나온 지 이틀 만이다. 그러나 미국은 에이태큼스 미사일의 러시아 공격 허가 결정과 관련해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원철 기자 suh@hani.co.kr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