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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현대차 울산공장서 공회전 실험 도중 연구원 3명 질식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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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진=뉴스웨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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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연구원이 혹한 상황에서 자동차의 정상 구동 여부를 시험하는 체임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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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경찰과 현대차 측이 파악하고 있지만 알려진 사고의 정황을 볼 때 밀폐된 공간에서 혹한 구동 실험을 진행하던 중 근로자들이 환기되지 못한 냉매 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일 경찰과 현대차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15분께 울산 양정동 현대차 울산 4공장 전동화품질사업부 복합환경 실험실에서 자동차 성능 검증을 위한 공회전 실험을 진행하던 중 근로자 3명이 가스에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대차 남양연구소 책임연구원인 40대 근로자 1명과 30대 근로자 1명, 협력업체 소속 연구원인 20대 근로자 1명이 공장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이날 낮 12시 50분부터 울산 4공장 복합환경 실험실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준대형 스포츠 다목적 자동차(SUV) GV80에 대한 체임버 테스트가 진행됐다.

체임버 테스트는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자동차가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검사로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이나 영상 40도 이상의 무더위 속에서도 차의 시동이 잘 걸리고 여러 차내 기능이 제대로 움직이는가를 살펴보는 성능 검증 시험이다.

특히 극저온의 혹한 상황을 재현하고자 체임버 급랭 목적으로 액체질소를 넣는 경우가 보통인데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 기화된 질소가 가득 차면 산소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안에 있는 사람들이 질식할 수 있다. 이번 사고가 이와 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체임버 내에 설치된 환풍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질소 팽창에 대한 질식사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체임버 내부에 환풍 장치를 갖춰두고 있지만 이것이 고장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주목하는 것이다.

실제로 숨진 3명의 근로자는 모두 창문이 닫힌 차내 좌석에서 앉은 채로 의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다른 근로자들은 실험 시작 후 2시간이 넘도록 체임버 안에 들어간 근로자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자 이들을 찾아 나섰고 차내에서 의식을 잃은 이들을 발견한 뒤 경찰과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이들은 급히 응급 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따지기 위해 숨진 근로자 3명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부검을 진행하고 현장 감식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안타까운 안전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하고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지난 2022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 처벌법) 시행 이후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는 3개로 늘어났다. 특히 이번 사고는 단일 사고에서 복수의 사망자가 나온 첫 사례로 기록됐다.

앞서 나온 두 건의 사고와 관련해 첫 번째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재판에 부치지 않기로 했고 두 번째 사망 사고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앞선 사고들과 달리 이번 사고는 근로자 피해 규모가 더 큰 만큼 가중 처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업주의 보건 조치 이행 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의 위반 여부도 관건이다. 특히 밀폐된 작업 공간에 대해서는 근로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환풍 시설을 반드시 설치·가동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근로감독관 등 담당 인력을 현지로 보내 작업을 중지시키는 한편 작업 현장의 안전 시설 가동 여부와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꼼꼼히 따지기로 했다.

만약 당국의 조사와 수사 결과 현대차가 중대재해 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고 판명되면 법에 따라 사업주나 안전책임자 등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의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 두 법의 조항은 다르지만 처벌 수위는 똑같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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