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 |
세법을 해석할 때 '통하여'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논란이다. 세법에서는 본인(갑)이 직접 또는 특수관계인(을)을 통하여 법인(A)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갑과 A법인 역시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 그리고 법인의 주식을 30% 이상 출자한 경우 해당 법인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본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갑이 A법인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갑의 특수관계인인 을이 A법인 주식을 30% 이상 보유한 경우이다. 이 때 갑과 을이 특수관계인에 해당하고, 을이 A법인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을과 A법인이 특수관계인인 것은 논란이 없다. 문제는 '특수관계인을 통하여'라는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이다. 갑과 을이 특수관계인이고, 을이 A법인을 30% 이상 출자한 이상 갑이 을을 통하여 A법인을 지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갑이 '을을 통하여' A를 지배하는지에 대해 별도의 판단을 해야 하는지이다. 후자가 맞다면 '통하여'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논란이 생기게 된다.
대법원은 갑이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갑의 특수관계인인 을이 A법인의 주식 30%를 출자한 경우 갑 입장에서 '을을 통하여' A법인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2두63386, 2020두49324판결). 대법원은 '통하여'의 개념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통하여 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을 매개로 하거나 중개하다'이므로, 갑이 을을 통하여 A법인의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갑이 을의 의사결정을 좌우함으로써 본인이 A 법인에 직접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동등하게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을이 갑의 영향 없이 독자적으로 법인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는 해석할 수 없다"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20누33673판결). 즉, '특수관계인을 통하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특수관계인은 사실상 도관 또는 도구에 가까운 역할만을 해야 한다.
대법원은 조세법의 원칙상 '통하여'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통하여'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할 때 대법원의 해석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에 반대되는 견해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완전히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 간의 관계에서는 명의신탁이 아닌 이상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완전히 지배하기는 어렵다. 법인간의 관계 역시 '다른 법인을 통하여'를 해석할 때 법인이 다른 법인의 의사결정을 완전히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입법자의 의사는 어떤 것이었을까? '통하여'라는 용어가 도입된 것은 2012년 개별 세법상 특수관계인의 개념을 국세기본법으로 통합하면서부터이다. 다만, 당시 '통하여'의 의미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특수관계인을 통하여'라는 개념에 대해 엄격해석과 합목적적 해석이 충돌하고 있는 만큼,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자 한다면 '특수관계인과 공동으로'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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