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으로 ‘영끌 바람’ 영향
높아진 대출 문턱에 증가세 꺾일듯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4∼6월) 말 대비 18조 원 늘어난 1913조8000억 원이다. 이는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역대 최대치다.
가계신용은 일반 가구가 은행 등 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한 대금을 합한 금액으로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보여준다. 지난해 2분기 이후 꾸준히 늘던 가계신용은 올해 1분기(1∼3월) 소폭 감소(―3조1000억 원)했지만 2분기(13조4000억 원)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3분기 증가 폭은 18조 원에 달해 약 35조 원이 늘어났던 2021년 3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전 분기 대비 19조4000억 원 늘며 전체 가계 빚 증가세를 이끌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3분기 당시 주담대가 20조9000억 원 불어났던 뒤로 가장 증가 폭이 컸다. 카드 사용 대금 등을 포함하는 판매신용도 추석 연휴 등으로 개인 카드 이용액이 늘며 전 분기 대비 2조 원 증가했다.
주담대 급증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바람’을 타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량은 올 1분기 5만9000호, 2분기 8만3000호, 3분기 9만6000호에 달한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가했던 주택 매매 거래가 시차를 두고 대출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부동산 거래 열기가 주춤함에 따라 향후 가계 빚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7월 이후 둔화되고 있어 주택 거래에 1∼3개월 후행하는 가계부채 증가세의 둔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와 함께 가계 빚 증가 속도가 빨라지자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등 규제에 나섰고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김 팀장은 “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 DSR 등 거시 건전성 정책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9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강조했다.
또 “한은과 정책당국은 가계부채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에서 하향 안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 추이가) 그 목표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3분기 가계신용이 18조 원 늘어났지만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장기 평균 증가 폭인 22조2000억 원을 밑돌고 있으며, 9월까지 가계신용 누적 증가율도 1.5%로 명목 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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