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트럼프와 해리스의 ‘건곤일척’ 대결의 흐름을 미국 내부의 고유한 시각과 키워드로 점검한다.<13> 트럼프 2기의 각료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경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함께 참석해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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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수준의 트럼프 내각
능력보다 충성심 위주의 인선
'세계기구' 해체가 핵심 목표
능력보다 충성심 위주의 인선
'세계기구' 해체가 핵심 목표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극악 정치)라는 영어 단어는 한국에서 토플이나 토익을 공부하는 학생과 직장인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그리스어 단어 '최악'(kakisto)과 '지배'(cracy)에서 유래한 카키스토크라시는 사회에서 가장 자격이 없는 집단이 통치하는 정부를 뜻한다. 세계 역사에서 주기적으로 사용됐는데,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이끌던 러시아 정부와 1970년대 후반 캄보디아를 통치했던 폴 포트 정부에 해당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내놓은 새 내각과 백악관 인선을 감안하면, 이 단어가 향후 몇 달간 미국 비평가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각의 '빅4' 장관은 국무장관, 재무장관, 국방장관(1947년 이전에는 전쟁장관), 법무장관이다. 이들 자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4개 중 3개는 1789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 국방장관에 44세의 전직 군인이자, 폭스뉴스 진행자인 피터 헤그세스를 임명했고, 플로리다 4선 의원인 42세의 맷 게이츠를 법무장관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헤그세스의 국방장관 지명은 평소 실제 전장에서 여성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고, 전쟁 범죄로 기소된 미군을 옹호했던 그의 전력 때문에 논란을 빚고 있다. 게이츠 의원의 지명도, 8년 동안 하원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고 공화당 소속 하원 의장 축출에 앞장선 전력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법무장관 지명 직후 하원 윤리위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부정행위, 불법 마약 및 부적절한 선물 수수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픽=김대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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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는 아니지만, 주요 직책에 지명된 이들도 문제투성이다. 국토안보부 장관 후보자는 북한 김정은을 만났다고 거짓 주장한 전력이 있고, 국가정보국장 후보자는 친러시아 성향이 문제로 지적됐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약 먹이지 않고 아이 키우기' 운동의 리더다. 논란 많은 이번 인사를 통해 트럼프는 능력이나 경험, 인품 대신 그에 대한 충성심이 핵심 인선 기준이라는 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공화당이 장악할)미국 상원에 자신이 내리 꽂은 인선을 추인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연방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약 1,200명의 고위직에 대한 청문회 개최 및 최종 승인권한을 갖고 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일부 각료와 백악관 고위직 임명에서 연방수사국(FBI)이 아닌, 사설업체를 통해 검증 작업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2017~2021년)에서도 트럼프는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포함한 약 25명에 대해 적절한 신원조사를 생략한 채 보안허가를 주도록 명령한 바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장관에 임명하려는 트럼프 희망도 현재 규정상 이뤄지기 힘들다. 머스크가 장관직에 오르려면, '이해상충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머스크는 모든 회사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지분을 처분하지 않으면 소셜미디어, 자동차, 전기배터리, 로켓, 인공지능 등 그가 영위하는 사업과 관련된 정부 업무에서 스스로를 배제해야 한다.
사실 트럼프 방식의 각료 및 정부 고위직 인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미국에서는 1871년에서 1883년 사이에 연방공무원 제도가 생겼는데, (이 제도가 자리를 잡은) 20세기부터 특수한 계층이 발생했다. 미국의 '브라만' 계급으로 불릴 수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정부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원래 직장과 연방 정부 일자리를 번갈아 맡았다. 평소에는 고액 연봉의 뉴욕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나 법률회사에 일하다가, 대통령이 부르면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연방정부 직책을 맡았다. 엘리후 루트와 헨리 스팀슨 등이 새로운 '브라만' 계급의 선도자였는데, 두 사람은 두 명의 대통령(시어도어 루스벨트와 후버)을 모시며 국무장관으로 일했고, 5명의 대통령(매킨리, 시어도어 루스벨트, 태프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트루먼) 시절에는 전쟁장관을 맡았다. 그 이후에도 두 인물과 인연을 맺은 워싱턴 엘리트와 그들의 미국 명문대 교육을 받은 제자들이 1970년대까지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을 주도했다. 한국전쟁 당시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었던 딘 애치슨과 로버트 러벳도 여기에 속한다.
트럼프가 구상한 '극악 정부'의 핵심 세력은 선배 '브라만 계급'이 구축한 20세기판 세계기구의 무력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가 핵심 타깃이다. 나토와 IMF 등은 트럼프 '극악 정부'가 집권하는 4년 동안의 생존에만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겠지만, 이들 기구에 대한 적대감은 2기 트럼프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폴 공 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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