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출항해 현장 인근 지나던 중국 선박 수사선상에
유럽 외무장관들 "러 하이브리드 활동 전례없이 늘어…심각한 안보위협"
헬싱키 앞바다의 해저케이블 부설선 모습 |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발트해를 지나는 해저케이블 2곳이 훼손된 사건을 둘러싸고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사보타주'(파괴 공작)이자 '하이브리드 전술'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케이블 절단에 따른 직접 피해국인 독일과 스웨덴, 핀란드, 리투아니아는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스웨덴과 리투아니아는 국방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이런 상황들은 우리 주변에 대한 러시아의 증가하는 위협을 배경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여기에는 유럽에서 '하이브리드' 활동이 증가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이 케이블이 우연히 절단됐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이 사건을 하이브리드 행위이자 사보타주로 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리드 전술은 전통적인 군사작전뿐 아니라 비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전쟁 전략으로, 사이버테러·정보전·기반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파괴 공작) 등을 포함한다.
서방국들은 그동안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으려고 이런 하이브리드 전술을 구사한다고 주장해왔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외무장관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활동이 그 다양성과 규모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안보 위협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핀란드 국영 사이버보안·통신회사인 시니아는 전날 헬싱키와 독일 로스토크 항을 연결하는 1천200㎞ 길이의 발트해 해저케이블이 절단되면서 작동을 멈췄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해역에선 이런 종류의 파손이 외부 영향 없이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외부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리투아니아와 스웨덴 고틀란드섬을 연결하는 218㎞의 해저케이블이 절단돼 17일부터 인터넷 연결이 끊긴 상태다.
피해를 입은 4개국 모두 진상 파악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사건 당시 현장 인근을 지나던 중국 선적의 선박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선박 위치 정보를 표시하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중국 선적 선박 '이펑 3호'는 지난 17일과 전날, 두 케이블이 각각 절단된 무렵 그 근처를 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펑 3호는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항해 이집트 사이드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스웨덴 당국이 이펑 3호의 연루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스웨덴 당국이 이 중국 선박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를 측면 지원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일각에선 사건의 배후를 지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사건이든 사고든, 혹은 누가 뭐라고 부르든 내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특정 대상을 지목해 비난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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