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겁 줘 우크라 지원 중단시키려는 시도"
미국 반응 무덤덤…"푸틴, 주의 끌려는 필사적 외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보복 대상을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도 확대하는 내용의 '핵 교리' 개정 법안에 서명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화상 링크를 통해 추코트카 핵추진 쇄빙선 진수식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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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비(非)핵 보유국을 대상으로 한 공격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핵 교리'(독트린)를 변경한 것이 일종의 '협상 카드(Bargaining Chip)'라는 진단이 나온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타스, 리아노보스티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개정된 핵 교리를 승인하는 대통령령(러시아 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에 서명했다. 개정된 핵 교리는 이날부터 발효된다.
'개정 핵교리'에 따르면 러시아는 핵무기로 대응할 권리를 갖는 조건으로 △재래식 무기로 인해 러시아 주권이 중대한 위협을 받는 경우 △러시아 연맹국(Union State)인 벨라루스가 공격받는 경우 △군용기와 크루즈 미사일, 무인기(드론) 혹은 다른 비행체가 러시아 국경을 넘어 대규모 공격을 벌이는 경우를 들고 있다.
또한 러시아 핵 억제 전략의 핵심 원칙들로는 △영토 방어(러시아는 러시아 혹은 벨라루스의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침략에 대응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연합군 침략(연합군 일부가 러시아 또는 그 동맹국들에 공격을 한 경우에 전체 연합군의 침략 행위로 간주한다) △공동 공격(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의 공격은 러시아에 대한 공동 공격으로 간주된다) △대량살상무기(WMD) 대응(러시아는 러시아나 그 동맹국들을 상대로 한 WMD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를 갖는다) 등이 있다.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안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자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하게 한 뒤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위협 수위를 높이며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억제하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에 있어 핵무기는 궁극적인 협상 카드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산산조각 내고 유럽을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러시아가) 핵 위협을 레버리지로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게 했다"고 전했다.
수십 년 동안 핵 위험을 추적해 온 하버드대 교수 매슈 번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유럽과 미국에 겁을 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시키려는 시도라고 봤다.
13일(현지시간) 땅거미 지는 미국 워싱턴 DC의 국회 의사당 전경. 2023.11.14/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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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미국은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오히려 미 정계의 관심은 차기 행정부에 쏠려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미국의 반응은 하품에 가까웠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의) 핵 교리를 허무맹랑한 소리로 일축했다"며 "대신, 도시는 누가 재무 장관으로 선출될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는 맷 게이츠가 인준 절차를 거쳐 법무장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추측으로 가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회의(NSC) 성명에서 새로운 교리를 비난했지만, 경각심을 보이지는 않았다"며 "성명은 러시아의 핵 태세에는 변화가 없었으며 따라서 미국의 경계 수준을 변경할 필요도 없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핵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에 정당성만 만들어내려 하고 있을 뿐, 핵 사용을 쉽게 하기 위해 별도의 제약을 풀지는 않았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미국 과학자 연맹의 핵 전문가 한스 크리스텐센도 모스크바타임스에 "최근의 변화는 주의를 끌기 위한 필사적인 외침처럼 들린다"며 "핵 사용은 러시아의 전쟁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고, 훨씬 더 큰 비용이 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러시아의 결정으로 핵전쟁 확률이 약간은 증가했을지라도, 미국과 나토는 핵 억제력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번 교수는 "러시아의 핵 사용의 실제 단기적 확률은 증가하지 않았다. 핵전쟁의 장기적 확률은 아마도 약간 증가했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지원하려는 의지가 푸틴의 서방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 국방부에서 2년간 근무하고 복귀한 핵 전문가 비핑 나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푸틴이 비전략적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결정은 여전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의 재래식 및 핵 태세가 러시아의 핵 사용을 억제하고, 푸틴이 오판하더라도 억제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짚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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