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올림픽 추진, 말 못할 속사정"…도의회 "불통에 형식적 설명"
도의회 "도민 설명회, 전주·완주 통합 강변…재선 염두 밀어붙이기"
지역 정가 "소통 부족, 도지사 정무라인 무너졌다는 증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 출석한 김관영 전북도지사 |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북특별자치도와 도의회가 최근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부터 전주·완주 통합 논의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는 '그간의 말 못 할 사정'을 언급하며 해명에 나섰으나 도의원들은 "도의회 무시, 불통 행정"이라며 반발했다.
김 도지사는 20일 도의회 본회의장에 나와 올림픽 유치 추진 과정을 비공개로 설명하고 고개를 숙였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와 비교도 안 되는 큰 규모의 올림픽을 유치한다면서 도정의 파트너인 도의회와는 정작 상의 한번 안 해 '독불장군식 일방통행'이라는 원성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도는 지난해 6월 올림픽 유치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 의뢰를 시작으로 1년이 넘도록 물밑에서 올림픽 유치 가능성을 타진했다.
김 도지사는 올해 7월 파리로 출장을 다녀온 이후 9월에는 올림픽 유치 전담팀(TF)을 구성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러한 경과를 뒤늦게 알게 된 도의원들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올림픽 유치 검토 용역의 부실함을 지적하고 소통 부족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도의회 권한과 역할 경시 태도", "졸속 유치"라는 격한 표현도 등장했다.
김 도지사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올림픽 유치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고 의회와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 사과 말씀부터 드린다"며 "지난해부터 올림픽 유치를 준비했고 서울과 공동 개최를 추진했으나 최종 결렬되면서 충청·전라권과 연계해 단독 개최로 방향을 수정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인 사정이 있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도의원들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전북도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 도지사의 설명회는 언론 등을 통해 알고 있었던 내용과 다를 바 없는 형식적인 설명이어서 매우 안타깝다"며 "비공개로 진행된 만큼 전북 만의 올림픽 유치 전략과 실행 계획 등 명쾌하고 속 시원한 설명을 기대했으나 의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혹평했다.
이어 "도의회와 도는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동반자"라며 "올림픽 유치를 둘러싼 소통 부재의 아쉬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더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입장 설명하는 서난이 도의원 |
도의회 대변인인 서난이 도의원(전주 9)도 "도의원들에게 소명하면서 도민에게도 내용을 알리는 자리여야 했는데. 비공개로 진행된 점은 문제"라며 "재정 부분도 소상히 밝힌 자리는 아니어서 (불통 지적에 대한 도지사의) 면피 자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날 전북도가 청사에서 진행한 '전북특별자치도 통합 시·군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안 제정을 위한 도민 설명회'도 완주 지역 도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윤수봉, 권요안 도의원은 이날 도의회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완주 군민을 상대로 한 김 도지사의 꼼수 행정, 불통 행정을 강력히 비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민 설명회는 사실상 전주·완주 통합 논리만 강변한 자리였을뿐더러 조례를 제정한다면서 도의회와 전혀 상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만의 초점은 주로 도의회와 소통 부재에 맞춰졌다.
이들 도의원은 "전북도는 이 조례안을 긴급의안으로 접수한다는데 담당 상임위원회인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내용도 모르고 있다"며 "소통도 없이 이 조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굉장한 유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긴급의안이 해당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도의원들도 전북도의 불통에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례도 문제지만 도의회에서 대형 이슈인 올림픽 유치 추진도 큰 문제"라며 "(도지사의) 재선을 염두에 둔 밀어붙이기식 과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도지사가 차기 지방선거 재선과 지난해 열린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파행을 만회하기 위해 성급하게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전주·완주 통합에 과몰입한다는 불만이다.
기자간담회하는 권요안, 윤수봉 전북도의원 |
지역 정가도 이와 비슷한 시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도지사가 도의원과 일일이 만나 소통할 수는 없으니 정무라인이 중요한데, 이런 일련의 소통 부재는 도지사 정무라인이 무너졌다는 증거"라며 "파행으로 끝난 잼버리 이후 재선의 발판으로 삼을 마땅한 계기가 없다 보니 도지사가 올림픽, 시·군 통합을 변칙적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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