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 아파트서 대형 재난 대비…48개 기관 584명 참여
행안부 "전기차 화재에 대한 국민 불안 해소…대응 역량 강화"
훈련에 투입된 무인파괴방수차 |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
2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LH아파트에서 119종합상황실에 다급한 신고가 접수되자 덕진소방서 대원들이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낮 12시 30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인근 호텔로 확산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레디코리아' 훈련을 했다.
레디코리아 훈련은 기후 위기, 도시 인프라 노후화 등 잠재 위험으로 인한 대형·복합 재난에 대비해 민관이 함께 재난 대응체계를 점검하기 위한 훈련이다.
인명구조에 동원된 소방헬기 |
관리사무소 직원의 신고 이후 아파트는 곧 대형 사상자가 발생한 화재 현장으로 바뀌었다.
아파트 자위소방대가 소화전을 이용해 화재 진화를 시도했으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인근 차들로 불이 옮겨붙는 상황이 이어졌다.
상방향 살수장치는 차량 하부의 배터리를 냉각시키기 위해 제작된 소화장치인데, 지난 10월 전주시 덕진구 장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에서도 동원됐던 장치다.
당시 소방대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불길이 번지지 않아 차량 1대 피해에 그쳤다.
이동식 소화수조 이용해 불 끄는 소방대원 |
소방 당국은 대응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하고 가용자원을 아파트와 호텔 주변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구급대원들과 전주시보건소 등은 임시의료소를 설치하며 부지런히 인명구조에 나섰다.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고립된 시민들은 소방대원들이 설치한 고가사다리차를 통해 밖으로 나왔으며, 옥상 대피자들은 헬기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훈련에 투입된 무인파괴방수차 |
사고 발생 30여분이 지난 뒤, 소방대원들은 1차 화재 진압을 완료한 차량을 지상으로 이동시켰다.
이후 이동식 소화수조를 활용해 차량에 남아있던 불을 완전히 껐다.
그 옆에서는 불이 옮겨붙은 차량을 무인파괴방수차(파괴기를 이용해 물체 등을 파괴한 뒤 다량의 물·소화약제로 진압하는 장비)와 EV-드릴랜스(수압으로 드릴을 가동해 차량 하부 배터리 셀을 뚫고 소화수를 배터리에 직접 주입하는 관통형 방사 장치)를 이용해 껐다.
이 두 장치 모두 첨단 특수장비 중 하나다. 다만 이 장치들은 아직 전북소방본부에 마련돼있지 않아 중앙119구조본부와 전남 나주소방서에서 각각 동원됐다.
행안부는 내년 예산을 확보해 소방서마다 필수적인 장비들을 갖출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동식 소화수조 이용해 불 끄는 소방대원 |
전주시와 유관 기관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주시는 주민들을 신속하게 임시주거시설로 대피시켰고, 경찰은 주변 교통을 통제하며 주민 대피가 질서 있게 이뤄지도록 도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은 전력 설비 등 피해 상황을 파악한 뒤 전기·가스 시설을 임시로 복구했다.
안전 점검 후 주민들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상태가 되자 훈련이 종료됐다.
상황 보고받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이번 훈련에는 소방청과 전북자치도, 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48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날 훈련 상황은 지난 8월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화재, 지난 10월 전주시 덕진구 장동 아파트 화재 등에 기반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설정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 석유화학단지 복합재난 훈련을 시작으로 6월 항공기 활주로 이탈 사고, 9월 원자력발전소 지진 복합재난에 이어 네 번째 훈련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최근 전기차 화재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레디코리아 훈련을 통해 전기차 화재에 대한 정부의 대응체계를 살폈다"며 "앞으로도 실전형 합동훈련을 통해 대형·복합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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