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세포 선택적 공격하는 바이러스
항암 치료 효과 극대화 차세대 기술
품질 높이고 상업화 속도 내는 전략
편집자주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수출을 이끌던 산업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미래 기술한국을 주도할 새 성장동력으로 제약·바이오 분야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한국일보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쟁력과 기술력, 성장 전략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경기 용인시 광교에 있는 신라젠 연구소 내부. 신라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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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이 독자 개발한 항암바이러스 기술을 치료제로 대량생산하기 위해 다음 달 유럽의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거란 계획을 밝혔다. 상용화에 필요한 제조 단계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해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을 위한 준비를 마친다는 것이다.
신라젠은 이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024 바이오 유럽’에 참가해 유럽 CDMO 업체와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고 20일 밝혔다. 바이오 유럽은 세계 2,800개에 달하는 제약바〮이오 기업과 5,500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바이오 분야 유럽 최대 규모의 콘퍼런스다. 신라젠 관계자는 "항암바이러스 기술의 글로벌 상업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대량생산 체계가 필수라고 판단했다"라며 "바이오 유럽에서 여러 기업들을 만나 대규모 생산 가능성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항암바이러스는 정상 세포에는 작용하지 않고 특정 종양 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바이러스를 말한다. 암세포만 파괴하기 때문에 항암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된다. 신라젠은 국제 학회나 학술지를 통해 자사의 항암바이러스 기술이 가진 항암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학술대회 때는 항암바이러스 기술이 대장암에 작용한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를 발표했다고 한다.
바이러스 기반 치료제는 생산 과정에서 높은 품질 기준을 유지해야 하고, 국제적인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우수 제조관리 기준(GMP)’ 생산시설과 인프라가 꼭 필요하다. 이런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하는 CDMO 업체 확보가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신라젠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의 대량생산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는 건 라이선스 아웃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라며 “신라젠은 해외 CDMO와 파트너십을 통해 항암바이러스 기술의 상업화 속도를 앞당기려는 전략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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