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둘러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개미 표심’ 구애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시동을 걸고 있는 건 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걸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다. 다음주 재계 간담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거친 이후 이르면 다음달 초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애초 상법 개정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이사회가 소액주주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게 계기가 됐지만 부처 간 이견에 단일화된 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터다. 일단 여당은 ‘경영권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들어 민주당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신 ‘특정 상황’에 한해 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식의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여당은 당장 22일 당정 회의에서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 개정 세미나 더불어민주당의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 연구모임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미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법 개정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이사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까지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12월2일이나 10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단 계획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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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상법 개정, 최대한 당길 것”

민주당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0일 통화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 일정에 대해 “(전날 발의한 개정안이) 다음주 이후에 법사위 소위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최대한 당겨보려고 할 텐데 정기회까지 안 되면 12월, 1월 임시회가 어차피 열리니까 그때라도 통과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기회는 12월10일까지로 이달 28일 본회의 이후 12월2일, 10일 두 차례 추가로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정기회 중 처리를 목표로 삼되 상황에 따라 추후 임시회에서 절차를 밟겠단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개미투자자와의 간담회를 열고 상법 개정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해 “이번에 동시에 확실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본인을 “언젠가는 국장에 복귀할, 잠시 휴면 중인 개미”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소위 물적 분할, 전환사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회사가 알맹이가 쏙 빠져서, 어느 날 ‘잡주’가 돼 있어서 망하는, 이런 시장에 투자하기 참 어렵지 않냐”며 “이런 경영 구조의 문제, 지배권 남용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확실한 방법이 바로 이사회 충실 의무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기업 이사에게 주주를 위한 충실·보호 의무를 함께 적용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 대표는 상법 개정 시 기업을 겨냥한 배임죄 수사가 또 다른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 뜻을 내비쳤다. 그는 “배임죄로 수사, 기소, 처벌받는 문제에 대해 공론화할 때가 된 것”이라고 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세를 낮추자고 하면 ‘부자 세금을 깎아주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세수 증대 총액으로 보면 배당이 정상화될 수 있으면 총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그 가능성을 열어둔 터라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의 연장이란 평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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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인수합병에 제한한 보호가 바람직”

민주당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주당의 상법개정안 채택 시 헤지펀드의 경영권 침해 가능성이 더 커져 소액주주 이익도 침해될 우려가 있다. 여전히 반대 입장”이라면서 “(기업 간) 인수합병 시에 한해 주주 이익 보호 노력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안처럼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기보다 특정 상황에서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규제하는 ‘핀셋’ 법안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당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구체적인 보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22일 ‘민생경제점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민생 이슈 점검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국내 주식시장 회복 대책과 민주당의 상법개정안 대응책 등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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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여당 측 자본시장법 개정 주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개정도 필요하고 상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 수석부의장은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일단 일반법인 상법 개정이 우선”이라며 “(상법 개정 추진과 함께) 자본시장법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상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문제로 맞불을 놓으려는 모습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공제한도 250만원 수준의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했지만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는 과세 유예 대신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안이 논의 중인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착각하고 있다. 이건 국민의힘이나 정부와 싸우는 게 아니라 800만 투자자 그리고 청년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청년들이 가상자산에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청년들 부담을 줄이고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가상자산 과세는 유예돼야 한다”며 “가상자산 특수성상 현재 법제와 준비 상황으로는 형평성 있는 과세가 어려울 수 있어 많은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환·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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