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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트럼프발 불확실성 길어야 4년…전기차시장 성장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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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전기차 산업 발전전략 포럼

이항구 車융합기술원장 주제발표

“美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돼도,

수년내 가격 경쟁 우위 확보할 것”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친환경 산업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에 따른 전기차 산업의 불확실성도 길어야 4년이다. 현 전기차 캐즘(Chasm, 대중화 전 수요정체 현상)은 일시적이며 이 변화에 도태되는 자동차 회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기차 캐즘 극복을 위한 정책 방안과 전기차산업 발전 추진전략’ 포럼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국민의힘 의원)과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대한전기협회가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속 우리 산업계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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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이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기차 캐즘 극복을 위한 정책 방안과 전기차산업 발전 추진전략’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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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산업 지원 축소, 자국 車산업 곤경 빠뜨릴 수도”

이항구 원장은 전기차 시장이 2022년 이후 성장세가 다소 둔화했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으론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그 성장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내연기관차는 연 판매량 2000만대에 이르는 데 50년이 걸렸는데, 전기차는 2009년 태동 이후 불과 15년 만에 2000만대에 육박했다는 게 그 근거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전망도 전년대비 200만대 늘어난 1650만~1700만대이며 현 추세라면 곧 2000만대를 넘어선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예고한 대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더라도 전기차의 성장 흐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봤다. 전기차 시장이 판매 증가와 함께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 대비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중국은 이미 보조금 없이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보조금을 없앤 상황”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도 2~3년 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오히려 미국의 전기차 산업 지원 축소 기조가 자국 자동차 회사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가 탄소 다배출 사업모델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무시했다가 2009년 파산하고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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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


그는 우리가 정부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이 같은 변화에 잘 대응한다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키울 국가 차원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우리는 미국만큼 지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보조금을 줄인다면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R&D 투자를 늘리고 (버스, 트럭 등) 상용차로 전동화를 확대하는 등 현 캐즘 이후의 구조개편에 잘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역시 주춤한 국내 전기차 판매 회복과 트럼프발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2년 16만4000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까지 2년 연속 전년대비 감소하며 주춤한 모습이지만,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 30만대를 포함해 전기차를 총 450만대 보급(누적 기준)한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류필무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최근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기는 했지만 (내연기관 신차가 나온) 소형 트럭 부문을 뺀 승용 전기차 판매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2030년 친환경차 보급 목표 달성 계획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현 산업부 자동차과장도 “화재 등 안전성 우려가 늘어난 걸 고려해 정부가 올 9월 전기차 화재안전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는 중”이라며 “(내년) 트럼프 신정부 출범도 위기인 것은 분명지만, 업계와 차분히 전략을 마련 중이고 이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 국가 전력 공급 안정화에도 보탬”

박기준 전력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다면 국가 차원의 전력 공급 안정화에도 큰 보탬이 되리라 전망했다. 전국 각지에서 충전 중인 수백만대의 전기차가 에너지 저장장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발전량의 약 60%는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방식의 화력발전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대부분 원전이나 신·재생 같은 무탄소 전원으로 바꿔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재생 발전의 간헐성 보완할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 보급도 뒤따라야 한다.

전력업계는 현재 이 같은 전기 수급 안정을 위해 물의 고저차를 이용한 양수발전이나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를 활용하는데, 주차 중인 전기차가 이를 대체한다면 큰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기가와트(GW) 규모 전기 수급조절에 양수발전을 활용하면 9000억~2조원이 들고, BESS도 8500억원이 드는데, 전기차를 활용한 V2G(Vehicle to Grid) 방식은 1300억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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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준호 한국전력공사(한전) 안전&영업배전부사장과 정원정 기아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KIA360(브랜드 체험관)에서 ‘기아 PBV 활용 미래 전동화·전력 생태계 구축’ 업무협약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전과 기아는 이번 협약으로 전력망과 전기차 연계 플랫폼 공동개발을 추진한다. (사진=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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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석연구원은 “사람들은 보통 자동차를 하루 1~2시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주차장에 세워둔다”며 “이를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편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전기요금 부과 방식이 용도별로 구분돼 있어 V2G 활성화가 어렵지만, 시간대별 요금제를 도입해 여기에 참여한 전기차 운전자가 요금이 싼 시간대에 전기차를 충전토록 하는 식으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국가 전력 공급을 안정화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행사를 주최한 이철규 산중위 위원장과 안호영 환노위 위원장(영상)을 비롯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나경원·이인선·고동진 의원, 이병화 환경부 차관, 노용호 전기협회 부회장, 김필수 전기차협회장 등 관계자가 참석해 전기차 산업 활성화 의지를 다졌다.

이철규 의원은 “전기차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환경 문제와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라며 “국회에서도 전기차 캐즘 극복과 전기차 산업의 안정적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필요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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