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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국방과 무기

서방 미사일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에… 푸틴 ‘무력’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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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트리거 된 북한군

우크라, 英 스톰섀도로 쿠르스크 타격

“北 장성 은신 지하 통제실 표적” 보도

ICBM 사거리보다는 짧은 1200㎞

러, 고각 발사 통한 ‘핵 위협’ 경고

로이터 “푸틴, 트럼프와 휴전 논의 의향”

나토 가입 포기·점령지 분할 조건 달아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데 이어 러시아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에 각각 에이태큼스(ATACMS)와 스톰섀도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사용을 허가한 만큼, 북한군 참전이 우크라이나 전쟁 격화에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 미국산 에이태큼스 미사일 6기로 러시아 접경지 브랸스크의 군사시설을 처음으로 공격한 데 이어 20일에는 스톰섀도 미사일 최대 12기로 쿠르스크를 공격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세계일보

659명… 우크라 어린이 희생자 추모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군사학교 생도들이 세계 어린이날인 20일(현지시간) 전쟁에서 사망한 우크라이나 어린이 659명을 기리며 숫자 659 모양으로 촛불을 밝히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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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톰섀도 미사일이 타격한 쿠르스크는 파병된 북한군이 배치된 지역으로 북한군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친러시아 성향의 전쟁 블로그에 올라온 영상에서 스톰섀도 최대 12기가 쿠르스크주 마리노 마을의 군 지휘 본부로 추정되는 목표물을 타격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언론을 인용해 이 목표물이 북한군과 러시아군 장교들이 사용하는 시설이었다고 전했다. 영국 대중지 미러는 우크라이나 군사 매체를 인용, 북한군 최고위 장성들이 러시아군 지휘관들과 은신해 있는 ‘지하 통제실’을 갖춘 쿠르스크의 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스톰섀도가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마리노 마을에서 찍힌 관련 영상에 15차례의 폭발음이 들린 것은 이번 공격에 다소 많은 미사일이 사용됐음을 시사한다며, 미사일이 겨냥한 목표물이 러시아 지휘부가 통신 센터로 사용 중인 군사 시설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또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 장성들이 이 시설에 함께 있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이 시설과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성격을 고려하면 상당한 양의 스톰섀도 미사일을 쓸 가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BBC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스톰섀도 미사일 수량은 불분명하지만, 많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까닭에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공격의 목표물을 신중하게 골랐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러시아가 꺼내든 반격 카드는 ICBM이었다.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사거리가 5000㎞ 이상인 전략무기 ICBM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핵교리 개정에 이어 서방을 상대로 내놓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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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미국이 자국산 장거리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지난 19일 우크라이나에 핵공격이 가능하도록 핵 사용에 대한 교리를 개정한 바 있다. ICBM 발사지로 지목된 아스트라한에서 드니프로까지의 거리는 1200㎞가량으로, 보통 5500㎞ 이상인 ICBM의 사거리보다 매우 짧다. 따라서 이번 ICBM 발사가 사실이라면 발사 각도를 높인 고각(高角) 발사를 통한 무력 과시용일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1000일 넘게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면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킨잘 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해왔다. 다만 이들 미사일은 사거리가 짧은 편이다.

드니프로 주지사는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지역 내 산업 시설들이 피해를 입고 화재가 발생했으며, 두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부상자는 57세 남성과 42세 여성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 기로에 놓인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휴전 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크레믈궁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러시아 전·현직 관리 5명의 말을 인용,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대거 양보하는 것은 배제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박영준·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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