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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노트북 너머] 가짜뉴스 대응 나선 ‘흔들리는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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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연말 인사시즌을 코 앞에 둔 롯데그룹이 보이지 않는 적에 흔들리고 있다.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대기업이지만 당장 다음달 초 파산을 선언할 것이라는 '유동성 위기'에 대한 소문이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확산한 것이 시작점이었다. 내용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혹시나' 하는 이들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그 여파로 롯데그룹 가치가 즉각 동요했다.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 주가가 하루 만에 10% 급락했고 롯데 계열사 시가총액이 5300억 원 가까이 증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룹 내에서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굳이 공식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있겠냐던 분위기는 급기야 18일 오전 반박 공시로 이어졌다. 그룹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롯데의 위기설은 증권가와 언론지상에서 공식 이슈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롯데 계열사들의 업황 악화가 드러나긴 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동성 위기설에 대해 신빙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훼손된 기업가치와 투자심리 회복 차원에서 롯데건설 추가 지원 의견과 롯데케미칼에 대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강조한 정도다. 그럼에도 롯데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설 진화 작업은 계속되고있다. 21일에는 롯데그룹이 직접 "지난달 총 자산은 139조, 보유 주식 가치 37조5000억, 부동산·가용예금은 71.4조 원"라고 발표했다. 사실상 '우리 빚 상환 여력 있다'라고 목소리를 내는 웃픈(웃기고도 슬픈)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어쩌다 롯데그룹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을까. 사실 롯데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과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고 국내 재계 4위를 넘볼 정도로 성장세가 가팔랐던 이 기업은 형제의 난과 중국 사드보복, 국정농단 등 여러 고비를 거쳐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에는 재계순위 5위 자리를 포스코에 내줬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업 지형 속 '유통맏형'으로의 명성도 예전만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롯데의 가장 큰 문제는 일찌감치 예고된 악재들을 넘어설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지주가 올해 8월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지만 그럼에도 계열사별 구조조정이나 임차료 절감 등 단순 허리띠 졸라매기 외에 이렇다 할 사업구조 재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위기설이 한낱 가짜뉴스에 그칠 지라도,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원인이 무엇이든 롯데 오너가와 경영진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이 제대로 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한순간에 그룹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지라시'에 불과한 소문 하나에 금세 주가가 떨어지는 삼류 기업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국민과 시장에게 탄탄한 신뢰를 쌓으려면 과연 어디서부터 바뀌어야할까. 주요 의사결정권자인 신동빈 회장과 후계자 신유열 전무 등 오너가는 물론 소위 '핵심 세력'인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꿴 단추가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이투데이/배근미 기자 (athena35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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