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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단독] 여대교수의 황당한 복장규정 "노메이크업 발표는 0점, 안경도 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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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노메이크업으로 발표하면 0점이고요. 안경 착용한 학생도 0점입니다. 눈 화장, 색조 화장 하라는 뜻이에요"

"화장품 알레르기 있어서 화장 못 한다고 질문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알레르기 안 생기는 제품 찾아. 렌즈 끼면 뻑뻑해서 안경 꼭 써야 한다고요? 하드렌즈든 드림렌즈든 찾아. 아니면 안경 안 쓰고 자연스럽게 (발표)하든 방법을 찾아와."

화장 필수, 안경 착용 금지, 화사하고 몸에 딱 맞는 복장 의무 착용, 부분 염색 금지…2024년이라고 믿기 어려운 수업 복장 규정에 경인여대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들고 일어났다. 복장 규정을 지시한 교수는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외모 규제를 한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린 학생들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21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유일의 여성대학인 경인여대 학생들은 최근 학교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려동물보건학과 A 교수가 수업과 SNS상에서 문제행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해당 학과 학생들의 증언과 기록물에 따르면, 전공 필수 수업을 맡아온 그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특정 학생들에게 발표 시 복장 규정을 지시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점수를 깎겠다고 공지했다. 취업 시 또는 취업 후 요구되는 복장 형식(드레스코드)을 알아야 한다는 이유다. 평가 항목 가운데 인공지능(AI)사용, 복장 규정 등이 포함된 태도 점수는 100점 중 40점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A 교수가 지시한 복장 규정은 △화장 필수, △안경 착용 금지, △검은 상하의 정장 금지(화사한 복장 착용, 흰색·검은색 혼합 허용), △체형보다 큰 복장(오버핏) 금지, △구두 착용, △단정한 머리, △부분 염색 금지 등으로, 사실상 학생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여하는 수준이었다. 발표를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다리살이 보이지 않게 바지 안에 스타킹을 착용하라'거나, '귀, 목, 팔 등에 액세서리를 착용하라'는 등 학생들에게 규정 이상의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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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여대 반려동물보건학과 A 교수가 맡은 발표수업 복장규제 내용.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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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교수는 특히 학생들의 화장 상태와 안경 착용 여부를 엄격하게 따졌다. 그는 최근 수업에서 "노메이크업으로 발표하면 0점. 안경을 착용해도 0점이다. 눈 화장, 색조 화장 하라는 뜻"이라며 "화장품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은 알레르기 안 생기는 제품을 찾아라. 사회생활하는 데 한 번 정도 그런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날 학생들에게 "렌즈 착용이 불편해 안경을 꼭 껴야 하는 학생은 착용 가능한 렌즈를 찾거나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발표하는 방법을 찾아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A 교수의 복장 규제가 과할뿐더러 학생들이 근무하는 현장 대다수가 A 교수의 지시처럼 엄격한 복장 규정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반려동물보건학과 학생들은 통상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동물보건사' 자격증을 취득해 동물병원으로 취업하며 수의사의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업무를 맡는데, 동물보건사들은 스크럽복(작업복)을 입고 근무하기 때문에 외모와 복장을 특별히 신경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24시간 내내 운영하는 2차(대형) 동물병원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학생 B 씨는 "과거 근무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2차 병원 직원들은 모두 유니폼을 착용하고 근무하기 때문에 특별히 단정한 복장을 입을 일이 없고, 외모도 나름대로 저마다 개성을 드러내고 다닌다"며 "심지어 학교에 특강을 하러 온 동물보건사 선배들도 A 교수의 복장 규제와 거리가 먼 의상을 입고 와 채점 기준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동물병원에서 근무 중인 학생 C 씨 또한 "작업복을 입지 않는 직장 동료들도 10명 중 9명은 외모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아무리 외모 관리가 중요하다고 해도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왜 복장과 화장에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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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소재 동물병원 내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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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불만은 수년간 쌓여왔지만, 향후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고소를 당하는 등 보복이 두려워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학생들이 결국 '폭발'한 계기가 생겼다. A 교수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불특정 여성들을 불법촬영한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팔로우(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A 교수는 불법촬영물 게시 목적의 계정을 포함해 성적인 목적으로 여성을 촬영·게시한 계정들을 20여 개 팔로우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평소 A 교수의 과도한 복장 규제와 성적 촬영물 계정 팔로우 행태가 서로 무관치 않다고 보고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A 교수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복장 규제는 학생들의 취업률 상승을 위한 것이며, 인스타그램의 경우 자신이 팔로우한 계정들이 성적인 계정인 줄 몰랐다는 게 A 교수의 설명이다.

A 교수는 지난 19일 <프레시안>과 만나 "학과 학생들이 취업하는 직종 중에는 동물병원에서 수납 업무를 하는 '리셉션'도 있는데, 많은 동물병원에서 리셉션의 외모를 따질뿐더러 외모를 이유로 다른 전공 학생을 뽑기도 한다"며 "가능한 많은 제자들이 직업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 발표 시간에 한정해 복장 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일부 제자들이 불만을 가지리라 짐작하고는 있었다. 학생들이 원치 않으니 내년부터 발표 수업을 맡지 않겠다"면서도 "항공서비스과나 비서과 학생들은 더욱 엄격한 복장규제를 받고 있는데, 내 기준이 과도하다면 두 학과의 규제를 먼저 없애는 게 마땅하다"고 항변했다.

성적 목적의 계정들을 다수 구독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활동 소식을 알리려는 마음에 나를 팔로우한 계정들을 분별 없이 팔로우했다"며 "불법촬영물 계정을 팔로우한 줄도 몰랐고, 결코 불법촬영물을 소지하거나 게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레시안> 확인 결과, A 교수가 팔로우한 계정 중에서는 타인을 팔로우하지 않는 계정도 있었다.

A 교수는 "사회의 규칙을 알지 못해 물의를 일으킨 부분은 사과한다"면서도 "공론화 과정에서 너무 많은 허위 사실이 알려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악의적 모함을 일삼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지난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했다.

경인여대 관계자는 21일 <프레시안>에 "지난 19일 교수진과 학생 간 면담을 통해 A 교수에 대한 공론화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치 방법을 논의했다. 같은 날 총학생회는 찬반 투표를 통해 재학생들에게 A 교수에 대한 정식 조사 여부를 물었다"며 "학생 대표들과의 상담 결과 및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조사에 착수하고 위법행위를 발견하는 즉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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