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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시위와 파업

"시민 피해 안돼" 파업 거부하던 서교공 MZ노조…왜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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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파업 불참 선언했던 올바른노조, 올해는 파업 추진

올해 단체교섭권 획득…첫 협상부터 강경한 태도 눈길

뉴시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임금과 복지 정상화를 위한 쟁의행위 출정집회에서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0. jhop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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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제3노동조합인 올바른노동조합이 파업을 선언하며 조합원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1·2노조의 파업을 '정치 파업'으로 규정하며 쟁의행위에 반대하던 기존 입장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22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올바른노조는 지난 2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안건은 '쟁의행위 찬반'이다. 투표 인원은 2070명이다.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올바른노조의 주축이다. 투표 방식은 온라인 투표다.

이번 투표에서 쟁의행위가 가결되면 올바른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 전환 후 파업 방식과 일정을 공개할 방침이다.

올바른노조는 지난 20일 서울시청 인근 인도를 점거하고 파업 출정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출정 집회와 관련해 "본 집회는 파업 전 서울시를 향한 경고성 집회"라며 "핵심 안건인 인건비와 신규 채용 부분 관련 협조와 합의가 아직 진행되지 않아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노동조합원과 일반 직원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사회적 압박을 가하려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파업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송 위원장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시작하며 조합원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공사를 개혁하려는 우리는 지나치게 정치화된 집단으로부터 거짓된 선동과 모욕은 물론 이단아 취급까지 받았다. 어찌 보면 우리는 회사에게, 그리고 기존 노동조합에 버려진 자들"이라며, "그 버려진 자들이 만든 조직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커져 사회의 각종 주목을 받으며 교섭권까지 쟁취해 명실상부 젊은 노동조합으로 자리 잡아 현재의 임단협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그러면서 "노동조합을 출범하며 조합원 여러분께 약속드린 것이 있다. 그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에 와 있다"며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 찬성을 통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무기를 쥐어 달라. 약점이 없는 조직에 무기가 생기는 순간, 그 조직은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조직이 된다"고 밝혔다.

올바른노조가 이처럼 사측을 향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단체교섭권 획득이다. 20대와 30대 직원이 주축이라 MZ노조로 불리는 올바른노조는 설립 3년째인 올해 최초로 교섭권을 획득했다. 올바른노조가 민주노총 소속은 1노조, 한국노총 소속인 2노조처럼 사측과 정식으로 임단협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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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임금과 복지 정상화를 위한 쟁의행위 출정집회에서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0. jhop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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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노조의 요구사항 역시 1·2노조와 비슷해졌다. 준법투쟁에 들어간 1노조와 쟁의행위를 이미 결의한 2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은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구조조정 중단이다. 올바른노조 역시 출정집회에서 서울시와 사측을 상대로 '안전 인력의 온전한 정원 반영'과 '신규 인력 채용 승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집회 현장에서 "서울시와 공사는 불필요한 파업을 유도하지 말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성 노조를 연상시키는 일련의 행동과 발언은 기존 노조와의 차별화를 외치던 이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1년 전만 해도 올바른노조는 기존 노조를 공개 비난하며 파업에 불참했다. 올해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올바른노조는 지난해에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서울시와 사측의 논리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까지 공개적으로 밝혔었다.

당시 올바른노조는 구조조정을 촉발시킨 것이 민주노총 소속인 1노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8년 협력·계약업체 소속인 승강안전문 관리나 구내식당·이발사·목욕탕·매점 등 종사자 1285명이 정규적으로 전환되면서 재정이 더 악화했다는 게 올바른노조의 주장이었다. 당시 일반직 전환자 상당수는 민주노총 1노조 조합원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1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벌이는 파업에 동참할 수 없다는 게 올바른노조의 논리였다. 1년 전에는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 필요성을 인정했던 올바른노조가 올해는 인력 부족을 파업 추진 이유로 제시하고 있는 점은 이색적이다.

기존 노조의 단체 행동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던 올바른노조 집행부가 올해는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쟁의행위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송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단체행동은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키울 뿐이다. 불법과 폭력집회 등도 마찬가지"라며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노조가 일종의 정치집단으로 보이게 된 이유가 됐을 뿐이다. 결국 조합원들 입장에서도 손해가 된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이처럼 1년 전과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는 올바른노조가 향후 파업 국면에서 어떤 행태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인도를 점거하는 출정 집회, 사측을 향한 강경한 발언 등 현재까지는 기존 1·2노조와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앞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찬성표가 많아 쟁의행위가 결의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파업을 할지가 주목할 대목이다.

국내 공공기관 최초의 'MZ노조'로서 상징성을 갖고 있는 올바른노조가 파업 과정에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 지가 노동계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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