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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상장 2년 만에 주가 90% 빠졌는데 또 악재?”… 답답한 새빗켐 주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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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새빗켐이 이달 25일까지 17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조기상환 청구 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전기차 업황 부진과 함께 새빗켐 실적이 고꾸라졌고, 현금성 자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소액주주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장 2년 만에 주가가 고점 대비 10분의 1토막이 난 상황인데, 사채 조기상환 이슈로 추가 주가 하락 가능성이 커져서다. 일부 주주는 “실적도 안 좋은데 오너는 증여세 마련에만 급급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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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4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폐전지 및 폐산재활용 전문업체인 새빗켐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이 열렸다. /한국거래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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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새빗켐은 1회차 CB와 2회차 BW 전체 물량에 대한 풋옵션 청구가 들어와 오는 25일까지 17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해당 CB와 BW는 각각 85억원 규모로 2022년 리사이클링1호신기술투자조합을 대상으로 발행됐다. 170억원 모두 폐전지 원재료와 3공장 부지 확보, 공장 건설 등에 쓰였다.

풋옵션은 주식·채권 등 특정 기초자산을 미리 정해진 가격(행사가)에 매도할 권리를 의미한다. CB와 BW 풋옵션은 투자자가 사채의 조기 상환을 발행회사에 요구하는 권리다.

새빗켐 CB·BW 투자자 입장에서는 2022년 당시 전환가액이던 11만400원과 비교해 최근 주가가 1만원대로 하락하자 첫 번째 풋옵션 청구 기간에 곧장 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8월 4일 상장 당일 7만2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던 새빗켐 주가는 같은 해 9월 초 17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달 21일 기준 새빗켐 종가는 1만7370원으로 상장 후 고점 대비 90%가량 빠진 상태다.

새빗켐은 성일하이텍과 함께 폐배터리 재활용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차전지 산업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야 폐배터리 발생량도 증가하는데,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하고 리튬 가격이 내려가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새빗켐은 지난해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3분기까지 4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올해 영업적자 규모가 작년보다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폐전지 재활용에 필요한 전구체 복합액과 재활용 양극재 생산 공장 가동률은 올해 3분기 기준 각각 24.95%, 17.21%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34.22%·36.62%)와 비교해도 최대 절반 이상 가동률이 떨어진 상태다.

문제는 현재 새빗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77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회사가 당장 조기상환 청구 대금을 마련하려면 추가 CB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빗켐 측은 상환 일자를 미루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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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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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빗켐 주주들은 경영진이 주가 관리에 관심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일각에선 새빗켐 오너 일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부러 주가 부양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의혹도 나온다. 창업주인 박민규 대표이사는 회사 상장 전이던 2020년 아들인 박용진 사내이사에게 지분 100만주를 증여한 바 있다.

한 새빗켐 주주는 “오너가가 증여 이익에 대한 세금을 적게 내려고 주가를 방치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상장 이후 주가 관리를 전혀 안 한다”고 했다.

박용진 이사는 지난달 18일 주식회사 산골과 38억5000만원 규모의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1주당 2만3020원으로, 이달 20일 대금 전액을 받고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새빗켐 최대주주는 기존 박용진 이사에서 박민규 대표로 바뀌었다. 같은 날 박 이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해 맺은 주식담보대출을 일부 상환했다. 담보 설정 금액은 기존 188억원에서 12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실적 악화와 조기상환 자금 확보 등을 이유로 새빗켐 주가가 당분간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새빗켐 관계자는 “채권자들과 협의해 상환 일자를 연장할지 (조기상환 청구 대금을) 갚을지에 대한 방향성은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라며 “주가 부양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따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주가 모니터링은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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