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전문 전시관 '칼로스 아트 스페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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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존의 미술관 개념을 탈피한 전시공간이 관람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그동안 회화·조각 중심의 미술계에서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던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등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대안공간이 잇달아 문을 연 것이다. 이른바 '아트 스페이스'로 통칭되는 이들 공간은 미술관 운영에 따르는 여러 가지 제약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색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펼쳐 미술 전시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칼로스 아트 스페이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화면에 거대한 흰 고양이가 눈을 감고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화면에서 고양이가 걷고 또 걷는 동안 주변엔 화려한 꽃이 피어오르기도 하고 나비도 날아다닌다. 털끝 하나까지 실물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된 이 고양이는 미디어아트그룹 '칼로스(KALLOS)'의 미디어아트 연작 '자이언트 캣(Giant Cat)'이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고양이의 움직임에 몰입해 시시각각 변하는 초현실적인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레 관객은 시각적·정서적 즐거움을 얻게 된다.
영종도 '르 스페이스 인스파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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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스 아트 스페이스는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의 '오로라' 거리에서 상영 중인 초대형 미디어아트 작품 '언더 더 블루랜드'(2024)의 제작자로 이름을 알린 칼로스가 상설 전시를 위해 지난 6월 개관한 미디어아트 전문 전시관이다.
칼로스의 작업은 디자이너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문경진 칼로스 대표와 정호룡 작가가 주축이다. 문 대표는 "미디어아트는 오랜 역사를 지닌 회화나 조각에 비해 훨씬 유연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밝혔다.
미술계의 대안공간(alternative space)은 1970년대 초 새로운 형식과 매체의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뉴욕 소호 지역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예술가들이 직접 설립한 '대안공간 루프'와 같은 여러 대안공간이 생겨났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술계 안팎에서 다양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안공간들이 다시 탄력을 받아 더욱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공간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일례로 현대백화점그룹의 미디어 콘텐츠 기업 현대퓨처넷이 지난 5월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 개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실감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르 스페이스 인스파이어'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탄생했다. 초대형 미디어월과 인터랙티브 콘텐츠, 키네틱 조형, 홀로그램 등을 활용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우주 여행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올해 9월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개관한 전시공간 '푸투라(FUTURA) 서울' 역시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예술공간'을 내걸었다. 첫 전시로는 터키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펼쳤다. 푸투라 서울은 전시장의 형태도 색다르다. 보통 미술관은 화이트 큐브 형태에, 자외선에 약한 회화의 특성 때문에 전시장에 자연광을 들이지 않지만, 푸투라 서울은 건축 소재의 색을 그대로 살린 회색 벽면에 통창으로 자연광을 공간에 끌어들이는 파격을 보였다.
삼성동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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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뿐만이 아니다. 이달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개관한 라인문화재단의 독립 전시공간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은 개관전으로 3개 층에 걸쳐 설치미술가 박기원과 보태니컬 아티스트 박소희의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앞서 2021년 미술 작가 문보람과 조익정 등이 모여 용산구에 개관한 퍼포먼스 전문 대안공간 '윈드밀(WINDMILL)'에서는 연중 내내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정부는 내년부터 미술관 등록 기준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운영 건전성, 지역사회 기여도 등 정부가 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미술관으로 등록돼 세제 혜택 등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뉴미디어 작품을 주로 취급하는 전시공간들에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술관으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소장품을 100점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실물이 없는 디지털 아트 작품은 현행 규정에서 소장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새로운 전시공간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추후 관련 규정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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