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대외 상황과 불황 장기화를 염려한 기업들은 알짜 사업을 매각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서는 중이다. SK는 세계 1위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만드는 SK스페셜티, CJ제일제당은 영업이익의 30%를 책임지는 바이오 부문 매각을 진행 중이며 롯데는 렌터카 1위 업체 롯데렌탈을 팔 것으로 알려졌다. 잘되는 사업을 팔아야 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신호를 시장에 던지고 있다. 공포지수가 올라가면 팔 것이 없는 기업은 바로 한계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중소기업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올 들어 10월까지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58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로 버텨오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한계에 이르러 도산 신청을 한 결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0.68%로 전년 대비 0.16%포인트 올랐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큰 IBK기업은행의 경우 10월 연체율이 0.97%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잘 안 보인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 대출 금리는 연말까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금리의 준거가 되는 AAA등급 은행채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또 지난 상반기 가계대출 규제를 피해 공격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에 나섰던 은행들은 담보가 확실한 기업만을 대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중이다. 여기에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연말이 최대 고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시장 불안이 고조되지 않도록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낮아진 기준금리가 대출 금리에 반영될 수 있게 유도하고 중소기업 대상 은행 문턱을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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