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게시판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5일이다. 한 유튜버가 '작성자명 검색' 기능에 한 대표와 그 가족 이름을 넣으면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다수 검색된다고 주장하면서다. 당원 게시판은 원래 게시글 작성자가 익명으로 표기되는데, 전산상의 오류로 이름이 모두 노출된 것이다.
익명게시판의 취지는 건설적인 비판과 의견 개진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집권 여당 내에서 익명게시판 글의 작성자를 색출하겠다고 소동을 벌이고 있으니 보기 딱하고 민망하다. 이런 유치한 계파 갈등은 국민 눈에 퇴행적 정치 행태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논란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나도록 가족 관여 의혹과 관련해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는 한 대표의 처신도 문제다. 한 대표는 21일 "제가 건건이 설명해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한 대표의 이런 회피성 답변이 되레 분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시간을 끌다가 논란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는 만큼 서둘러 수습에 나서야 한다. 해명이나 사과할 일이 있으면 하고 매듭을 짓는 것이 옳다.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했지만 내홍이 깊어지면서 쇄신은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 한국 경제는 내수침체 장기화와 불확실성 심화로 곳곳에서 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집권 여당이 내부총질이나 벌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비상 걸린 경제 상황과 국민 쇄신 요구를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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