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제1차 확대간부회의에 입장해 외투를 벗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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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금투세 폐지 대신에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위해 상법을 고치겠다고 선언했으나 기업들 반대에 직면했고, 가상자산(코인) 과세도 예정대로 하자는 입장이었지만 투자자 반발에 부딪힌 모양새다. 이 대표가 22일 상법 개정안을 놓고 찬반 양측이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먹사니즘'과 '정책 일관성' 사이의 고심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중도층 공략을 위해 이념보다 실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민생과 경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유능한 리더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 10월 재·보궐선거 다음날 강원 평창군의 배추밭을 찾아간 것을 시작으로 전날 경기 수원시 시장 방문까지 현장 행보를 이어왔다. 동시에 재계 단체나 기업인과 만남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달 초 고심 끝에 금투세 폐지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공개 토론 제안도 마찬가지다. 예상보다 큰 재계 반발에 부딪히자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공론의 장을 만들고 반대 의견도 일정 부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고 대주주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는 민주당 정책이 여론전에서 우위에 설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공개 토론을 제안하면서 "(재계는) 기업 경영에 애로가 예상되니 자제해달라고 하는데 개인 투자자, 소액 투자자들은 신속한 상법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지배경영권 남용으로 인한 주식시장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적 여론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5년 삼성물산 합병 △2021년 LG화학 물적 분할 △2024년 SK이노베이션 합병 등을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한 사례로 거론했다.
반면 민주당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서는 통일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채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는 예정대로 하되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린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4년 전 입법돼 두 번 유예된 바 있는데, 이제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도 시행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물론 당 내부에서조차 '어느 정도 궤도 수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이 맞는다"면서도 "가상자산과 관련해 우리가 과세를 할 만한 법제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에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뒤 진행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이 대표도 최근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서 "과세를 위해선 소득 파악이 기본인데, 해외 거래를 포함해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점에서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 추적이 어려운 만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금투세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문제까지 물러설 경우 핵심 지지층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두 사안 모두 열어놓고 논의하는 분위기"라면서 "찬반 토론을 통해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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