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특허분쟁 ◆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알테오젠이 미국 제약·바이오 업계 특허 분쟁에 휘말리면서 최근 열흘간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 진출한 K바이오가 글로벌 특허 공세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에는 특허 소송이 무역 전쟁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의 미국 경쟁사 할로자임테라퓨틱스가 알테오젠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알테오젠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19일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할로자임이 알테오젠에 특허침해 소송을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알테오젠과 할로자임의 핵심 기술은 의사가 혈관을 찾아 정맥에 직접 놓는 정맥주사(IV)를 누구나 손쉽게 근육에 놓을 수 있는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플랫폼이다. 이 기술을 가진 회사는 현재 전 세계에서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두 곳뿐이다.

할로자임의 미국 특허는 2030년 만료되고, 알테오젠이 받은 특허는 2040년까지 유지되는데, 할로자임으로서는 회사 명운을 걸고 특허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허 분쟁 가능성이 부각된 후 알테오젠 주가는 22일 15.73% 하락한 29만2000원에 마감했다. 시총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11일(주가 45만5500원) 23조7535억원에서 15조569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앞서 미국의 대형 제약사 머크(MSD)가 할로자임을 상대로 특허무효 심판을 청구하며 방어에 나섰다. MSD는 알테오젠과 손잡고 세계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를 SC 제형으로 변경해 이르면 내년 출시할 예정으로 현재 임상시험까지 마쳤다. 그런데 만에 하나 할로자임이 알테오젠에 소송을 제기하면 MSD는 키트루다 출시 일정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알테오젠의 우군으로 나선 것이다.

국내 특허법인 관계자는 "MSD의 특허무효 심판 청구는 한국으로 따지면 이의신청제도라고 보면 될 것"이라며 "MSD는 특허권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사 제품에 적용한) 알테오젠 특허를 방어하기 위해 제3자가 청구할 수 있고 결과도 빨리 나오는 특허무효 심판 청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특허무효 심판 청구는 특허 등록일로부터 9개월 내에 제3자가 특허의 모든 무효 사유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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