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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리딩방·창업사기까지 뻗친 카드깡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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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용카드로 거래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현금을 융통하는 이른바 '카드깡' 범죄가 점차 지능화하고 있다. 투자리딩방 등 비대면·온라인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카드깡이 각종 경제 범죄의 현금 창구로도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능화한 카드깡 범죄는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목돈을 필요로 하는 경제적 약자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

22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다수의 개인투자자는 카드깡 수법을 쓰는 불법 투자리딩방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고소를 준비 중이다. 이 범죄 일당은 가상화폐·비상장주식 거래를 통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후 카드깡 대출을 받아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카드깡은 신용카드 매출을 대량으로 발생시킨 후 가짜 매출전표를 기록해 현금을 융통하는 범죄 방식이다.

범죄 일당은 특정 가맹 업체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를 유도한 뒤 수수료 명목으로 20~30%를 뺀 금액을 회원들에게 지급했다.

일부 피해자가 과도한 수수료가 부담스럽다고 하자 일당은 "가상화폐·비상장주식 투자로 2배 이상 수익이 날 수 있다"며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피해자는 "돈 인출을 요구했더니 추가 입금과 결제를 유도했다. 목돈을 날려 개인회생을 준비 중인 피해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카드깡 범죄는 대부분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악성 경제 범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비대면 사기 범죄와 카드깡이 결합되면서 카드깡 관련 피해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 공동구매 '팀미션' 사기 범죄 일당도 카드깡 수법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사기 등의 혐의로 팀미션 조직원 54명을 검거해 이달 검찰에 송치했다.

팀미션 사기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가짜 쇼핑몰 사이트 가입을 유도한 뒤 텔레그램방으로 초대했다. 일당은 "쇼핑몰 사이트에서 물건을 공동구매하면 그 비용의 35%를 추가해 현금으로 환급해 주겠다"고 속여 88억원을 편취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급전이 필요해 아르바이트 목적으로 팀미션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범죄 일당은 카드깡을 유도해 수수료를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사업을 빙자해 투자금을 받은 뒤 카드깡으로 빼돌리는 사기 방식도 등장했다. 이달 중순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판사는 사기·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A씨(67)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참치회 배달 사업을 하겠다며 회사를 설립한 후 다수의 투자자에게 출자금 전액을 보장해주고 가맹점을 개설해 운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해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총 1184회에 걸쳐 투자자들에게 약 29억원의 돈을 받았다. 그는 카드깡을 통해 확보한 돈과 신규 고객 자금을 기존 고객의 자금을 메우는 '돌려막기'에 활용했다. 가맹점 개설을 위해 필요한 현금이 없던 이들은 카드깡으로 개설 비용을 납부했다가, 가맹점 사기까지 당해 대금 전액을 날린 실정이다.

카드깡 범죄는 홍보 과정에서 '카드 한도를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식의 문구를 많이 사용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활용해 투자자 모집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불특정 다수가 범죄 위험에 노출된 게 현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2023년 신용카드 불법 거래로 적발된 건수는 10만3119건으로 집계됐다. 매출 승인 총액은 2933억원에 달한다. 특히 타인에게 제공된 카드 정보는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 관계자는 "신용카드 번호와 만료일 등을 알려 달라고 접근할 경우 카드깡 범죄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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