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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 제약사 머크(MSD)와 한국의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알테오젠, 그리고 미국 바이오벤처 할로자임테라퓨틱스가 3자 간 특허분쟁으로 얽힌 배경에는 기적의 면역항암제로 불리는 '키트루다'가 있다.
이 제품은 판매액 세계 1위를 자랑한다. 한 해에 32조원어치(2023년 기준)가 팔린다. 키트루다를 판매하는 MSD의 지난 3분기 글로벌 매출은 166억5700만달러(약 23조원)인데, 이 중 74억2900만달러(약 10조2500억원)가 키트루다 판매액이다.
'없어서 못 파는' 이 효자 상품의 특허가 2029년 11월과 2031년 1월에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만료된다.
키트루다의 특허를 지킬 방법을 고심하던 MSD는 의료인이 정맥에 주사를 직접 놓는 것이 아니라 근육에 쉽게 주사하는 '피하주사(SC) 제형' 변경이라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처음에는 SC 제형 자체 개발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차선책으로 기술이전을 택했다. 이때 선택받은 기업이 바로 한국 코스닥 기업 알테오젠이다.
문제는 알테오젠보다 먼저 SC 제형 변경기술을 개발한 미국 회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할로자임이다. 다만 할로자임의 SC 제형 특허는 2030년에 만료되고 알테오젠의 특허는 2040년에 만료되므로 MSD는 특허 기간이 긴 알테오젠을 선택했다. MSD는 2020년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ALT-B4)'이라는 SC 제형 변경 기술을 38억6500만달러(약 5조4200억원)에 이전받았고, 지난 2월에는 4억5200만달러를 더 주고 '키트루다 SC 독점권'도 사들였다. 이후 임상까지 성공리에 마치고 내년 출시를 준비 중이었다.
SC 제형 기술 시장을 눈뜨고 놓치게 된 할로자임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번 특허분쟁의 배경이다. 할로자임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할로자임이 소송을 걸어 알테오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면서 알테오젠 주가가 급락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할로자임의 특허소송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 기름을 부었다. 이로 인해 열흘 새 사라진 시가총액은 8조원이 넘는다.
이에 대해 알테오젠 특허 책임자인 전태연 부사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ALT-B4는 경쟁사 특허 침해 소지가 전혀 없다"고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할로자임이 특허소송을 제기할 경우 알테오젠뿐만 아니라 알테오젠의 SC 제형 기술을 이전받은 MSD도 마찬가지로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MSD가 먼저 움직여 할로자임의 특허를 무효화시켜 달라고 미국 특허청에 청구한 것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알테오젠의 기술력이 할로자임의 기술보다 한 수 위이기 때문에 할로자임과의 특허분쟁에서 알테오젠이 패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특허 전문 변호사는 "MSD, 다이이찌산쿄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알테오젠의 지식재산권(IP)에 대해 굉장히 까다로운 실사 과정을 거쳐 특허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이번 '특허 이슈'에 과민하게 반응한 만큼 알테오젠 주가는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자 실제로 특허를 침해했다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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