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디지털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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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가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승리를 거둔 미국 대선이다.
당시 선거 진행 과정과 뉴스를 분석한 국내외 연구 자료에 따르면 가짜뉴스는 트위터(현재의 X) 등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가짜뉴스의 대표적인 정의 중 하나는 ‘뉴스 형식의 의도적인 허위 사실’이다. 가짜뉴스 생산·전파는 진실을 뒤틀고 왜곡해 다른 사람을 속이려는 나쁜 의도를 담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처벌과 보복의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기대 이익이 클수록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가짜뉴스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세상을 어지럽힐 때가 바로 선거철이다.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대선과 총선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가 기승을 부리고 거짓을 진실인 양 포장하는 허위 정보가 위력을 발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3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여론조사 조작은 가짜뉴스와 닮았다. 대중을 현혹하고 속이기 위해 가짜뉴스가 뉴스라는 형식을 빌리는 것처럼 여론조사 조작은 여론조사라는 외형을 빌려 허위 사실을 확대 재생산한다. 가짜뉴스가 정상적인 뉴스에 대한 불신과 의심을 키우는 부작용을 양산하는 것처럼 여론조사 조작은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다. 급기야 투표 결과에 대한 불신까지 초래해 사회 혼란과 진영 대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생산과 유포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처럼 여론조사 조작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선거 전문가들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미공표’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공표 여론조사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관리하도록 돼 있는데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여심위가 22대 총선과 관련된 여론조사를 대상으로 취한 조치를 보면 127건의 위반 사항 중 가장 많은 29건이 미등록 여론조사 공표였다. 미공표 여론조사의 폐단과 문제점을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론조사의 핵심인 표본 선정의 투명성·객관성·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여론조사 기관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정보는 정권을 좌우하는 힘을 갖고 있다. 가짜뉴스와 조작된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오판을 초래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공표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정비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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