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국정 핵심 ‘양극화 해소’제시
목표 달성 위해선 재정 동원 불가피
기금 돌려막기는 행정편의주의 정책
낙관론 접고, 세수 추계 오류 줄여야
대통령령실은 내년 초 추경 편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내년 초 추경으로 시기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추경은 취임 첫해인 2022년 5월 코로나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해 한 59조원 대로 한 게 유일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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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윤 대통령의 뉘앙스는 다르다. 윤 대통령은 기도회에서 “이제 건정재정 기조가 자리 잡았다”고 했다. 임기 후반기 확장 재정 정책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시사했다는 평가다.
관건은 세수 확보다. 재정이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려면 국세 수입을 늘리고 지출은 줄여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11월호’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통합재정수지는 52조9000억원 적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흑자 수지를 차감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91조5000억원 적자다. 재정 여력을 높일 구체적 방법이 없다는 게 답답할 따름이다.
기업 실적 저조로 법인세 등이 급감하고 있는데도, 병사 월급과 0세 아동 부모급여, 기초연금 인상 등 돈 나갈 곳은 늘어나고 있다. 나라 곳간이 비어가면서 재정이 제 역할을 할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수 부족을 메우려 하다 보니 외국환평형기금과 공공자금관리기금 등 각종 기금을 돌려막기를 하는 ‘꼼수’까지 등장했다. 지방자치단체 교부세와 초중고 교육재원인 교육재정교부금까지 줄이고 나섰다. 그렇다고 그동안 건전재정을 외쳐온 현 정부가 세수 부족분을 국채로 충당하기도 민망하다. 국채 발행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하면서 물가에 부담을 준다.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국채 발행 대신 ‘손쉬운’ 기금을 활용하는 건 행정편의일 뿐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은 경기를 방어하는 재정 본연의 역할을 위협한다. 양극화 해소가 말로만 이뤄질 리 만무하다. 4년 연속 오차가 생긴 세수 추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고질병이 돼버린 세수 결손의 기저에 현 정부의 과도한 경제 낙관론이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한번은 실수라지만 잦은 세수 추계 오류는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까지 침해한다. 국회부터 내년 예산 심사에서 불요불급한 예산 등 허투루 돈이 새나가는 게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정부도 건전재정 기조가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불필요한 감세정책은 재검토하고, 경제 살리기를 통해 추가적인 세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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