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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앵커칼럼 오늘] 착한 당신,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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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가슴에 꽃다발을 얹고서 영원한 잠에 들었습니다. 세상살이의 더께를 다 털어버린 듯 솜털처럼 가볍습니다.

모네가 화폭에 담은, 아내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가난 속에서 떠나보내는 회한이, 붓자국처럼 어지럽게 덮여 있습니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가난한 농부는 아내에게 옷 한 벌 제대로 못 해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마지막 선물이 수의였습니다.

몸과 마음이 쇠잔한 아내를 시인이 안아주며 뉘우칩니다.

'더러운 내 발을 당신은, 꽃잎 받듯 받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흙자국을 남기지만, 당신 가슴에는 꽃이 피어납니다. 당신을 만난 후 나는 어려지는데, 나를 만난 당신은 자꾸 늙어만 갑니다.'

포천에서 제과점을 하는 송지혜 씨가 얼마 전 특별한 주문을 받았습니다.

"안사람이 아파서 밥을 못 먹는데 밤 식빵을 참 좋아합니다. 혹시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개업 갓 한 달 된 초보였지만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었습니다. 투병 끝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도 났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느라 제대로 못 드셨는데, 드시고 싶다는 건 어떻게든 구해다 드렸던 겁니다.

며칠을 연습해 빚은 밤 식빵을 가지러 80대 할아버지가 오셨습니다. 선물하고 싶었지만 싫어하실 수도 있어서 재료 값만 받았다고 합니다.

열흘 뒤 할아버지가 다시 찾아와 고맙다며 말했습니다.

"안사람이 맛있게 먹었어요. 그리고 갔어요."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사랑이 애틋하게 담긴 빵을 드시며 지었을 미소를 생각합니다. 그 미소가 할아버지의 여생을 등대처럼 밝히겠지요. 제과점을 지나실 때마다 할머니를 떠올리실 거고요.

조용필이 밤하늘에 속살거리듯 깜빡이는 별빛을 보며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듯...

"기쁨이 그리움이 슬픔이, 함께 있고 싶은 사랑이…"

간절한 그리움에 바람이 답합니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착한 당신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11월 22일 앵커칼럼 오늘 '착한 당신, 잊지 마'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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