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동반 부진의 ‘다중 위기’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긴축재정에 매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경기 침체를 막으려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재정 확대도 검토해볼 만하다. 하지만 국회에서 내년도 본예산 심의가 한창인데 추경 군불을 때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민의힘도 “현시점에 추경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경 편성의 사유를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 변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의 발생·증가에 국한한다. 앞으로 ‘트럼프 쇼크’ 극대화로 경기 침체가 심각할 경우 추경 편성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의 추경 언급은 정책 신뢰도를 약화시키게 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추경을 포함한 확장재정으로 방향을 트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재정 확대가 무분별한 ‘돈 뿌리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나라 살림 적자가 90조 원을 웃도는 등 재정 건전성이 위태로운데 정책 효과가 미미한 부양책에 재정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우선 국회가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선심성 예산을 걷어내고 전략산업 지원과 신성장 동력 점화에 예산을 적극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득이 추경이 필요할 경우 선별적 핀셋 지원을 해야 한다. 재정 투입 효과와 물가, 국가신인도 등을 모두 고려하면서 정교한 경제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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