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법은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나 연기됐다. 또다시 무턱대고 유예하면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 정의가 흔들리고 정책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문제는 공정·공평 과세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금 시행하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현실적으로 해외 거래소의 이용 내역은 알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탈세를 노리고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마다 코인 가격이 다른 데다 과세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또 과세가 비트코인 등 지불형 토큰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가상자산과 비교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가 800만 명이 넘는데도 지난 3년 동안 과세 준비를 하지 않고 허송세월한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와 정부는 관련 법과 제도·인프라부터 촘촘하게 정비한 뒤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올해 7월부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은행·증권 등 다른 업권에 비해 거래 투명성이나 안정성 등이 미흡해 “코인 투자자가 봉이냐”는 조세 저항도 크다. 가상자산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를 아우르는 2단계 가상자산법 마련이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이달 6일에야 뒤늦게 가상자산위원회를 출범시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등 산적한 과제들을 처음으로 논의했다. 앞으로 선거 일정 등으로 코인 과세가 유야무야되지 않게 하려면 관련 입법과 제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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