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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롤러코스터 같은 머스크-트럼프 관계…8년 전 인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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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X트럼프]⑤브로맨스의 시작과 끝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어떻게 '퍼스트 버디(first buddy·1호 친구)'가 됐을까. 트럼프 당선인의 각종 행사에 동행하며 친분을 과시하고 있는 머스크 CEO는 손녀 카이 트럼프에게 '삼촌'으로 불릴 정도로 트럼프 일가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 지금이야 둘도 없는 우정을 자랑하는 관계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처음부터 친밀했던 것은 아니다. 개성과 주관이 뚜렷한 두 야심가는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갈등을 여러 차례 빚어왔다.
롤러코스터 같은 머스크&트럼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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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트럼프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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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머스크 CEO는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을 지지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두고선 "미국에 좋은 영향을 미칠만한 성격이 아니다"라며 박한 평가를 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머스크 CEO를 향해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무가치한 존재"라며 쏘아붙였다.

첫 만남은 2016년 12월이다.

실리콘밸리에 자주 방문해 기술 임원들을 접대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기술 업계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이후 회포를 풀기 위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수장들을 대거 트럼프 타워로 초청했고, 머스크 CEO 역시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여러 차례 만났으며, 머스크 CEO는 결국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 합류했다.

둘 사이에 조성되는 듯했던 화해 무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 트럼프 당선인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자 머스크 CEO는 자문단을 사임하며 반발했고, 둘의 거리는 다시 멀어졌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트럼프의 복귀
둘 사이에 흐르던 어색한 침묵을 깬 건 트럼프 당선인이다. 그는 2020년 CNBC에 출연해 "테슬라가 포드와 제너럴모터스의 기업가치를 앞지른 공을 머스크에게 돌려야 한다"며 "우리의 위대한 천재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머스크 CEO가 테슬라 공장 폐쇄를 놓고 캘리포니아 보건당국과 격돌했을 때도 트럼프 당선인은 그의 편에 섰다.

머스크 CEO도 은혜를 잊지 않았다. 2021년 트럼프 당선인이 미 의회 폭동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되며 트위터 계정이 영구정지되자 머스크 CEO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한 후 트럼프 당선인의 계정 복구 여부를 국민 투표에 부쳤고 민심에 따라 계정을 원상으로 복구했다.
다음 날 마감 때까지 1500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다. 집계 결과는 박빙이었다. 51.8% 대 48.2%..."국민들이 결정했습니다." 머스크가 선언했다. "트럼프 계정은 복원됩니다. 민심은 천심입니다." - 책 '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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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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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도 둘 사이의 앙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머스크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이 "만약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트럼프를 계속 차단했을 것인가?"라고 묻자 머스크 CEO는 "예." 라고 답했다. 머스크 CEO는 "나는 트럼프의 팬이 아니에요. 그는 파괴적이지요. 헛소리의 세계 챔피언입니다." 라고 덧붙였다.

머스크 CEO가 트럼프 당선인과 빚은 마찰은 이 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2년 7월 유세 현장에서 "머스크가 과거 자신에게 투표했다고 말해놓고는 최근엔 공화당에 투표해본 적이 없다는 등 오리발을 내밀었다"며 "그는 헛소리의 대가(bullshit artist)"라고 꼬집었다. 머스크 CEO 역시 "트럼프가 싫진 않지만 이젠 정계를 은퇴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맞받아쳤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언쟁은 두 사람을 완전히 갈라놓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듬해 텍사스의 미국·멕시코 접경 지역을 여행하며 생방송을 진행한 머스크 CEO는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불법 이민 규제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트윗을 올렸다. 또 올해 7월,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당한 후 주먹을 불끈 쥐며 강한 인상을 남기자 그에 대한 지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에게 머스크 CEO의 역할은 단순한 '거액 후원자'에 머물지 않는다. 트럼프 당선인의 가족사진에 얼굴을 비추고, 트럼프 당선인의 손녀 카이에게는 '삼촌'이라 불린다.

다만 미국 정재계에서는 이 둘의 관계가 여러 차례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만큼 언제라도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이권에 얽힐 경우 예전처럼 으르렁거리는 관계로 돌아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 언론 복스미디어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올해를 무사히 넘기더라도 결국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에 엄청난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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