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in]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과시용 독서? 책과 만남이 이뤄지는 것 자체로 긍정적"
"독서, 혼자 하기보단 책모임 통해 생각 나누면 큰 도움"
"버스 안 30분 독서도 좋아…작은 습관이 독서력 키운다"
MZ세대의 ‘텍스트힙’ 현상에 대해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긍정의 시선을 보냈다. ‘텍스트힙’은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있다, 개성 있다’는 뜻의 ‘힙(hip)하다’를 합성한 신조어다. ‘글을 읽거나 독서를 즐기는 것이 멋지다’는 뜻으로, 젊은 세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도서관, 서점, 휴식처에서 책과 함께 한 인증샷을 올리곤 한다. 다만 이같은 현상을 두고 ‘과시성 독서’라는 비판도 제기되는데, 신 교수는 이를 “우려에 기반한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독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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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신 교수는 텍스트힙 현상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책 읽는 모습이 ‘힙하다’고 느껴진다는 것은 독서가 일상적이지 않다는 뜻이라 안타깝다”면서도 “다양한 과시 문화 중에서 하필 책을 선택했다는 점은 MZ세대의 책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과시용 독서’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SNS에 올리기 위해 책 읽는 모습을 찍더라도 그 과정에서 책을 고르고 들춰보는 등 책과의 만남이 이뤄진다”며 “사치품 인증과 비교하면 훨씬 더 아름다운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러한 유행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성장을 위한 진정한 독서 경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희망도 전했다.
텍스트힙이 지속가능한 독서 문화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책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함께 읽고 나누는 문화”라며 “내가 읽고 느낀 것, 새로 알게 된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독서문화 정착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려면 우리가 책을 사고 읽어야 한다”며 문학 생태계 유지를 위한 독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신 교수는 “한 작가의 성취를 축하하는 것을 넘어,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고 책을 찾아 읽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문해력 저하 현상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신 교수는 “많이 읽을수록 글 읽는 능력이 향상되고, 모르는 어휘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며 “책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긴 호흡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총체적인 사고와 생각의 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SNS나 짧은 글로는 얻기 힘든 깊이 있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독서 입문자들을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그는 “처음부터 긴 시간 읽으려 하지 말고, 아침이나 취침 전 30분씩이라도 규칙적으로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연구년 당시 버스에서 30분씩 책 읽기를 실천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며 “작은 도전으로 시작해 시간을 쌓다 보면 자신감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지영 고려대 교수. (사진=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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