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향토음식명인 지정된 부정숙 제주문화포럼원장
"더 많은 해녀 구술채록 통해 해녀음식 남기고 싶다"
인터뷰하는 부정숙 제주향토음식명인 |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 음식 문화를 더 많이 알리기 위한 무언가 숙제 하나를 푼 듯한 느낌입니다."
지난 21일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음식 연구실에서 만난 부정숙(61) 사단법인 제주문화포럼 원장은 최근 제주향토음식명인으로 선정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부 원장은 2010년 김지순 제1호 명인, 2018년 고정순 제2호 명인에 이어 6년 만에 제3호 명인으로 지정됐다.
'제주특별자치도 향토음식 육성 및 지원 조례'에 따라 지정되는 제주향토음식명인은 제주도에 거주하면서 향토음식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최고 수준의 기능을 보유하고 향토음식 육성발전에 공헌한 사람을 의미한다.
제주관광대학교 관광호텔조리과 교수를 지낸 부 원장은 평소 학생과 귀농귀촌인,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조리법 만큼이나 제주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부 원장은 "제주 문화를 이해하려면 제주 음식을 알아야 한다"며 "제주 사람들이 함께 나눠 먹는 음식 속에 그들의 생활과 관습이 녹아들어 있고 이를 통해 제주 사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하는 부정숙 제주향토음식명인 |
그는 "단순히 조리법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음식 안에 들어있는 스토리, 제주 음식 인문학을 함께 전달하려 노력한다"며 "봄을 알리는 제주의 고사리, 나눔을 바탕으로 한 돼지 문화 등 이야기를 가미하면 제주 음식은 훨씬 더 맛있어진다"고 강조했다.
부 원장은 무엇보다 구술로 전해온 지역별 해녀음식문화를 전수받아 조리법을 개발하고 보급한 공로를 크게 인정받았다.
지난 2016년 12월 1일 제주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부정숙 원장은 당시 좌혜경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 김선희 방송구성작가와 함께 해녀들의 음식문화를 연구했다.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과 해초를 조리해 판매하는 제주의 '해녀의집'을 전수조사하며 해녀 20명의 음식 조리법을 구술채록한 뒤 실제 음식으로 구현해냈다.
부 원장은 "당시 해녀분들이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했다"며 "몰랐던 것도 많았고 그 말씀대로 실제로 요리했을 때 음식 맛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소위 업그레이드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질 경력 55년 된 당시 70세의 이순심 할머니의 구술채록 중 '전복죽 끓이는 데에도 성게 한 숟가락 넣으면 그렇게 맛있고'라는 말 한마디로 인해 새로운 전복죽이 탄생했다.
인터뷰하는 부정숙 제주향토음식명인 |
부 원장은 "저는 지금도 전복죽을 끓일 때 성게를 넣는다. 성게죽을 끓일 때는 성게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지만, 전복죽에는 성게 한 숟가락만으로 전복죽이 확 살아나면서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새롭고 감탄스러울 정도의 맛을 낸다. 바로 제주의 맛"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전복성게게우젓' 제조법 관련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게우' 또는 '게웃'은 전복의 내장을 뜻하는 제주어다. 게우젓은 전복의 내장으로 만든 젓인데 이때 성게를 첨가해 '전복성게게우젓'을 만든 것이다.
부정숙 원장은 제주향토음식명인이 됐지만 끊임없이 전통의 맥을 이어가기 위한 고민과 노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부 원장은 "80세 넘는 제주 해녀분들이 돌아가시면 현재 남아있는 해녀음식 조리법이 정말 다 묻혀버리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다시 해녀 한분 한분 찾아다니며 제주 마을마다 다른 해녀음식 조리법을 채록하고 이를 실제 음식으로 재현해 책과 사진 등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며 "이것이 앞으로 제일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다.
부 원장은 "제주 음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러 가지 양념을 가미하지 않은 재료 본연의 맛을 먹는 것"이라며 "제주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바탕으로 파인다이닝(최고급식당) 수준의 질 좋은 음식 문화를 충분히 개척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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