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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모기의 쓸모있는 반전?…말라리아 '백신'도 옮긴다[사이언스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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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연구진, 모기 매개 말라리아 원충 유전자 조작한 백신 개발

유전자 조작 원충 모기에 물린 피실험자 89%가 말라리아 감염 X

뉴시스

[AP/뉴시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배포한 말라리아 모기의 2014년 흡혈장면 사진.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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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전세계에서 가장 사람을 많이 죽이는 동물은 크고 사나운 맹수가 아닌 '모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인해 죽는 사람만 약 72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모기가 옮기는 질병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전세계에서 연간 약 2억5000만명이 감염돼 매년 수십만명의 사망자를 내는 '말라리아'다. 최근에는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기는 것을 역으로 활용해 모기가 말라리아 백신을 퍼뜨리게 하는 새로운 예방 접종 전략 개발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은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말라리아의 원인인 '학질원충(말라리아 원충)'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새로운 형태의 말라리아 예방 접종 전략을 개발했다.

말라리아는 치사율도 높고 전염력도 강해 인류가 맞서고 있는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라리아 원충을 갖고 있는 매개모기에게 물려 사람의 몸으로 원충이 들어오면, 원충은 사람의 간을 파괴하거나 적혈구를 먹어치우는 등의 방식으로 증식하게 된다.

인간이 말라리아의 '중간숙주'에 해당하는 만큼 원충은 인체에서 빠르게 증식하고 다시 종숙주인 모기로 돌아가 다른 개체로 계속해서 전파된다. 원충이 체내에서 증식하는 과정에서는 오한, 발열, 발한, 두통,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300~500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며 짧게는 7일, 길게는 2년 이내에 증상이 드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유전자가 조작된 말라리아 원충을 보유한 모기에 피실험자들을 노출시키는 형태로 실험을 진행했다. 유전자 조작 원충은 모기에서 사람으로 옮겨지면 발달, 증식을 멈추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 원충에 노출된 참가자의 약 90%가 말라리아 모기에 물린 뒤에도 감염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말라리아 백신은 'GA1'과 'GA2' 등 2가지다. 두 백신 모두 원충의 간세포 감염을 차단하는 항체를 생산하고, 감염을 표적으로 삼아 장기적인 면역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GA1의 경우 인체가 원충에 감염된 후 약 24시간 뒤 원충 발달이 중단되도록 개발됐다. 하지만 GA1의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아 보다 개선된 GA2가 만들어졌다. GA2는 원충이 인체 내 간 세포에서 증식하는 기간인 '감염 후 약 6일' 동안 원충 발달이 멈추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각각 10여명의 피실험자들을 GA1 원충과 GA2 원충에 감염된 50마리의 모기에 물리는 환경에 노출시켰다. 피실험자들은 3주 후 유전자 조작 원충 매개모기가 아닌 실제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 물리는 환경에도 노출됐다.

실험 결과 GA1 원충에 노출된 이들 중 13%, GA2 그룹의 경우에는 89%가 말라리아에 감염되지 않았다. 실험진은 평범한 모기에게 물렸을 때 나타나는 가려움증 등 외에는 특별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험진은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형태의 백신의 효과가 약 75% 수준에 그치며, 감염을 보다 확실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대체 전략도 지속 연구해나간다는 계획이다.

LSHTM 연구진은 "이번 발견은 말라리아 백신 개발의 중요한 진전이 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말라리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보다 효과적인 백신 개발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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