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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한동훈, 尹·명태균 문제는 ‘국민 눈높이’…당원 게시판은 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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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문제 없다”던 친윤계, 이번엔 “정치 문제”

‘가족 의혹’ 길어지는 韓의 침묵…당내 볼멘소리

“지금은 변화, 쇄신, 민생을 약속한 때고 그걸 실천할 마지막 기회다.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당대표로서 잘 판단해서 대응하겠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자중지란에 빠지지 않도록 (한) 대표님께서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면 될 문제다. 사실관계를 알고 계시면 그냥 투명하게 얘기하면 이거는 끝날 문제다.”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

국민의힘이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졌다.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다수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이 올라왔다는 의혹이 그 시발점이다.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지만, 당사자인 한 대표는 “건건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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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 당정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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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 앞세울 문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당원 게시판 논란이 계속되면서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당 자체 조사인 당무감사와 한 대표의 직접 해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한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는 이미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일 뿐 아니라 위법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앞서 양 진영이 대립했던 지점이 정반대로 뒤바뀌었단 분석이 나온다.

당시 친윤계에서는 김 여사 관련 문제나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음성이 공개된 것을 두고 “법률적 문제가 없다”면서 대통령실을 두둔했지만,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친한계에서는 “정치적이고 도의적인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한 대표는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면서 “법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법이 앞장서서 등장해야 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이번 사안의 경우 적어도 지금은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는 아니다.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 하시는 말은 전혀 다른 것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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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오후 당원교육이 진행되는 청주 cjb미디어센터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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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는 오히려 친한계가 법적 잣대를 앞세우고 있다. 친한계 중진인 6선 조경태 의원은 지난 19일 JTBC 유튜브에서 “가족이 만약 했다고 하자. 했다고 해도 뭐가 문제가 되나. 법률적인 문제가 되냐”고 주장했다. 한 대표 역시 21일 관련 의혹에 대해 “당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한 바 있기 때문에 위법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거꾸로 친윤계에서 “법리를 앞세울 때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22일 YTN 라디오에서 “자꾸 법률문제로 끌고 가는데 정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를 법률적 잣대로 들이댈 때가 있고, 법률적 잣대가 아니라 정치 문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서 “이건 전형적인 정치 문제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한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 당정협의회 이후 ‘윤 대통령과 명씨의 녹취가 공개된 사건에 대해 법리를 앞세울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는 기자의 질문에 “(명씨 사건과 당원 게시판 문제를) 같은 궤에 놓고 얘기할 수 있겠나”라고 선을 그었다.

◆‘런동훈’ 오명에 입 열었지만…가족 문제는 여전히 입 꾹

한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당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한 바 있기 때문에 위법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고(25일)와 민생 사안이 많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건건이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 다른 이슈를 덮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당대표로서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달 초 당원 게시판 논란이 처음 불거진 후 한 대표는 속 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달려가는 모습의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런동훈’이라는 비아냥까지 따라붙었다. 이에 한 대표는 “다른 민생 질문받으면서 (기자들을) 지나간 걸 가지고 마치 이 질문을 받고 회피한 것처럼 만들어서 돌리고 하는데, 누가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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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뒤는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장관, 권성동 의원.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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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대표의 이름으로 올라온 글이 본인이 아닌 동명이인이 쓴 것이라고 해명한 것과 달리 가족에 대해선 여전히 사실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한 대표는 가족 이름이 도용됐다면 사실관계를 짚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당원 신분은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당의 의무가 있다”며 “위법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건건이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재차 가족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으로 갈음하겠다”고만 했다.

당내에는 한 대표의 이러한 대응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대표 평소 스타일과 다르게 빨리 매듭을 못 지으니 오히려 일이 계속 커지는 것 아니냐”면서 “민생, 경제, 안보처럼 중요한 문제가 많고 이재명 대표 선고도 있는 상황에 당원 게시판 같은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이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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