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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곳간이 넘쳐도 문제” 아일랜드, 재정흑자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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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애플 패소에 20조 원 넘는 ‘횡재’ 세금 확보하게 돼
조세피난처 역할 해왔던 터라 웃을 수만은 없어
주변국 재정적자 속 나 홀로 흑자…정책 여력 오히려 작아


이투데이

아일랜드 최대 명절인 '성 패트릭의 날'을 기념해 3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한 거리에서 아일랜드 국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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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재정수지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과 달리 재정흑자를 최근 2년간 누려온 국가가 있다. 바로 아일랜드다.

아일랜드의 재정 상태는 그야말로 ‘탄탄’하다. 2022~2023년 2년 연속 재정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무난하게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에는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지난 9월 애플이 아일랜드의 법인세 혜택을 불법지원으로 판결하면서 막대한 ‘횡재’ 세금까지 거둬들이게 됐다. 해당 판결로 애플은 아일랜드 세무당국에 원금 130억 유로(약 19조 원)에 10억 달러 이상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아일랜드 소득의 4.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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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국내 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추이. 2022년부터 흑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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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재정이 이토록 탄탄할 수 있는 비결에는 낮은 법인세율에 있다. 아일랜드는 1950년대부터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낮은 법인세율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했다. 그러다 2010년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위기에 복지 혜택은 줄이고 세금은 올리는 과정에서도 법인세만큼은 영국과 프랑스의 절반 수준인 12.5%로 책정해 유럽 내 조세회피처 역할을 했다. 그 결과 2015년 70억 유로에 그쳤던 법인세 세수가 지난해 240억 유로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이웃 국가인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로 글로벌 기업들이 런던을 떠나 아일랜드로 유럽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하면서 전 세계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가 이러한 재정 흑자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수입이 전체 국가 수입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등 주변국 압력으로 법인세 인상 압박에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 2021년 12.5%의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인상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올해부터 인상된 법인세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다만 연간 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 이상인 대기업에 한해 적용하기로 했지만, 추가 인상 압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전체 아일랜드 법인세 수입의 약 60%가 상위 10개 기업에서 나온다는 점도 리스크로 부각된다. 이들 10개 기업 중 한 곳이 이탈할 경우 세수 감소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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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의 한 애플스토어에서 애플 로고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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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가 9월 ECJ의 재판과정에서 피고인 애플 편을 들며 ‘배부른 소리’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FT)는 “그간 낮은 세율로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오던 아일랜드로선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에 대한 ECJ의 판결을 계기로 EU 당국이 회원국 정부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과 관련해 추가적인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상 ‘나 홀로’ 재정 흑자가 이어지다 보니 경제나 통화정책 측면에서 오히려 여력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일랜드 정부는 막대한 법인세 수입과 함께 이번에 애플로부터 체납 세금까지 걷게 되면서 주택난과 에너지난, 식수와 기반 시설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고 다른 세금은 인하하라는 여론의 압박을 받게 됐다. 이에 정부는 올겨울 에너지 관련 바우처 지급, 아동수당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여기서 추가로 세금을 인하하거나 정부 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둔화와 재정적자를 겪는 다른 회원국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기준금리 인하를 이어가면 아일랜드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투데이/김나은 기자 (better68@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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